[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저는 그냥 빈껍데기 같아요. 제가 죽으면 제 마음을 남편이 알아줄까요?”
전북의 한 도시에 사는 주부 김순희(가명ㆍ52) 씨. 그는 남편 강윤제(가명ㆍ57) 씨와 최근 크게 다툰 뒤 자살을 여러 번 시도했다.
강 씨는 모 대기업 간부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있어 주위에 여성이 끊이지 않는다. 휴대전화에는 여성들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저장돼 있고, 몰래 바람을 피우다 걸리기도 했다.
남편 강 씨는 특히 20년 넘게 아내를 무시하고 소홀히 대했다. 김 씨는 자식들 때문에 긴 세월을 참고 살았지만 최근 부부싸움을 하며 감정이 폭발했다. 부부싸움 직후 김 씨는 홧김에 약을 먹고 자살까지 시도했다. 다행히 목숨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살 충동에 힘들어 하고 있다.
최근 부부싸움 직후 자살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6일 오전 1시30분께 경기 군포시 한 아파트에서 남자관계를 이유로 부부싸움을 하던 A(37ㆍ여) 씨가 22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8일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남편 B(41) 씨로부터 “내연남과 불륜사실을 알고있으니 자녀양육권을 포기하고 떠나라”는 말을 들은 뒤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4일에는 부산 남구 모 아파트 7층에서 C(36) 씨가 베란다 창문을 열고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C 씨의 아내 D(32)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한 남편과 사소한 말다툼을 했는데 남편이 갑자기 ‘죽어 주겠다’면서 투신했다”고 말했다.
현재 결혼자들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해 배우자가 있는 상황에서 자살한 사람(15세 이상)은 2007년 5696명에서 지난해 7471명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자살예방센터의 정택수 상담팀장은 “부부싸움 직후 감정이 격해진 1~2분을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요즘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부부싸움이 많아졌고, 툭하면 ‘죽어버린다’고 하는 등 자살을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혼자 중에서 자살한 남성은 지난해 5573명으로 여성(1898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남성은 평상시 자신의 고민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경향이 있다. 또 여성들이 주로 소극적인 자살 시도를 하는 반면 남성들은 고층에서 뛰어내리거나 목을 매는 등 과감하게 자살시도를 하고 있다.
정 팀장은 “평소 부부간의 갈등을 쌓아두면 나중에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대화로 푸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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