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 영천시장엔 요즘 대형마트에서나 보이던 ‘시식’ 코너가 생겼다. 올 추석 직전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통시장 활성화’ 순회방문지 중 한 곳으로 찾았던 영천시장엔 상인의 개선 노력이 남달라 보인다. 인근 유진상가는 점포 배열과 화장실 등이 깔끔해졌고, 시식대 수도 늘려 상인이 돌아가며 마련한다. 전주남부시장, 해남시장 등 곳곳의 전통시장이 시식 기회를 확대하고 있단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시식 이벤트는 입점업주가 하고, 다국적 창고형할인점은 회사가 진행한다. 대형마트의 경우 손님 몰리는 시간에만 시식을 주는 업주가 많고, 매대를 지날 예정인 고객의 구매가능성과 지불능력을 살펴본 뒤에야 시식물을 내놓는 업주도 있다. 대체로 양이 적다. 무전취식하려는 아이들이 몰려오면 먹으라고 내주는 때도 더러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이유는 입점료를 제외한 판매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국적 할인점의 시식물은 좀더 커서 먹을 만하다. 회사 차원에서 진행하는데다 기다리는 줄이 길어서 그런지 담당 종업원은 썰어주는 일에만 바쁘다. 재래시장에선 눈치만 빠르면 젓국도 얻어먹을 수 있다. 상인은 고객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한다. 더 달라면 얹어주기도 하고, 시식대가 따로 없어도 먹어보자 하면 젓가락을 내민다. 먹어보면서 따뜻한 흥정이 붙는다. 이처럼 수십년 침체기 잘 보이지 않던 전통시장의 시식 미풍양속이 부활했다.
하지만 식료품을 살 듯하다 그냥 가는 손님 뒤통수에 아쉬운 소리를 하는 몇몇 어르신의 모습이 정겨워 보이기도 하지만 젊은 주부에겐 부담이다. 인심을 회복한 전통시장이 이제는 남들 다 하는 미소와 친절을 들여놨으면 좋겠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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