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공동선언 가합의 발표 불구 安측 “文캠프 너무 성의없어” 불만 재벌·北인권등 양측 시각차도 확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야권단일화 협상이 전면 중단됐다. 단일화 마감시한(26일)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거대한 암초를 만난 것이다. 양측은 단일화 협상은 물론, 새정치공동선언 협상, 정책협상 등 세 부문에서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표류하는 새정치공동선언=안 후보는 15일 오전 서울 공평동 캠프사무실에서 향후 정국 구상에 몰두했다. 광주MBC 녹화를 마치고 지인들과 점심을 같이한 것이 외부 일정의 전부다. 문 후보도 부산에서 상공인 및 노조를 만나는 등 독자적 일정을 밟아갔다. 당초 두 후보는 이날 합의된 ‘새정치공동선언문’을 함께 발표할 계획이었다.

양측은 ‘새정치선언문’에 가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갈등의 앙금이 두껍게 깔려 있다. 안 후보 측 협상팀은 “문 후보 측이 너무 성의가 없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협상팀 3명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한다. 의견도 모으지 않은 채 빈손으로 덜렁 오곤 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이 “왜 서로 말이 다르냐”고 묻자, 문 후보 측은 “우리는 자율적”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측이 정당쇄신 과제를 제기하자 문 후보 측은 “새누리당은 두고 왜 민주당에만 그러느냐”는 항의했다고 한다. 이에 안 후보 측 김민전 경희대 교수가 황당하다는 듯 소리내어 웃기도 했다. 반면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너무 조목조목 짚고나가려해서 협상 진행이 더디다”고 했다.

▶한발도 못 나가는 단일화 룰 협상=단일화 룰 협상도 정체상태다. 단일화 방식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이 여전히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는 반면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문 후보 측 단일화 실무팀에 있는 김기식 의원은 전날 라디오방송에서 “늦어도 16일까지는 합의를 해야 국민참여경선이 가능하다. 여론조사 방식으로 양쪽 지지층이 과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 직후 안 후보 측은 “실무팀 협의 내용 외의 자의적인 발언”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민주당 경선을 어떻게 믿느냐”고 일축했다. 지난 민주당 대선경선에서도 편파, 조작 시비가 일었던 것을 그 예로 들었다. 특히 안 후보 캠프에 다수 합류한 손학규 고문의 측근들이 민주당 경선에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캠프 출신의 한 인사는 “민주당 경선 및 여론조사 분란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로 단일화를 결정한다고 해도 협상은 간단치 않다.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 문제가 크다. 안 후보 측이 주로 역선택 문제를 제기하는 데 반해, 문 후보 측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일축하고 있다.

▶정책연대 따로 따로=경제복지ㆍ외교통일 분야에서 진행하고 있는 단일화 협의도 겉보기만큼 순탄치 않다. 재벌정책, 북한인권 등 각 분야에서 두 후보가 확연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 경제복지 협상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차별성 부각이냐, 합의정신을 살리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합의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책차이가 극명하지만 ‘보기 좋은 그림’을 위해 논쟁을 극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통일 분야 관계자는 “짐짓 참고 있는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 후보 측 외교통일포럼에 참여정부 인사가 참여했으나, 격론 끝에 포럼에서 자진 탈퇴했다. 이 인사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그곳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각 분야에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단일화 마감시한을 향한 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일화 협상이 곧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안 후보의 단일화 파기에 대해 “캠프 결속과 문 후보 측의 과도한 조직활동에 대한 견제를 위한 것”이라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협상 결렬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야권단일화 파기는 곧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15일 브리핑에서 단일화 협상 재개와 관련해 “민주당의 가시적인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부산방문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김윤희 기자ㆍ이정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