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최근 한 인터넷사이트가 20~40대 650명을 조사했더니, 애인으로 선호하는 혈액형 1위가 AB형이고, 이어 B, O, A형 순이었다고 한다. 이유인즉, AB형은 세심하고 사려심이 깊다는 이유로 좋아했고, A형은 소심하다는 근거없는 편견 탓에 많은 선택을 받지 못했다.
혈액형에 따라 사람을 가르는 이 ‘희한한’ 일은 A, O형이 월등히 많은 서양의 한 학자가 B형 비율이 서양보다는 높은 동양인을 깔보기 위한 의도로 비롯됐다는 얘기도 들리고, 한 일본 글쟁이가 의학적 지식 없이 서양 가담항설을 차용해 재미로 갈라놓고 책 장사를 했다는 설도 전해진다.
‘혈액형 인간학’의 주장을 살펴보면, A형은 내성적 완벽주의자, B형은 주관 뚜렷한 기분파, O형은 오지랖 넓은 개방주의자, AB형은 세심하고 분석적인 공상가로 요약된다. 시즌 마지막 골프대회가 국내외에서 여럿 열리던 25일 채널을 돌리던 중 문득, “혈액형 분리주의자들의 분류대로라면 멘탈 게임인 골프엔 A형, AB형 선수가 많아야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B형이나 O형처럼 외향적이었다가는 ‘멘붕’이 자주 찾아올테니.
골프선수들의 혈액형을 찾아보았다. A형엔 타이거우즈,배상문,전미정,신지애,펑샨샨,유소연,김하늘,올해 일본 왕중왕전 우승자 이보미까지….
B형엔 혹시 있나 봤다. 선입견과는 달리 꽤 많았다. 양용은,김경태,서희경,박희영,안선주,이지희와 2012년 한국 왕중왕 정혜진 등. B형도 ‘예상을 뒤엎고’ 잘 치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O형엔 박세리,박인비,최나연,홍순상이, AB형으로는 최경주와 유선영, 일본의 요코미네사쿠라 등이 있었다. O형 골퍼들은 하나같이 ‘돌 부처’급들이라 눈길을 끈다. 혈액형과 골프경기 간 연관성, 적합성을 느낄 수 없다. A형이 약간 더 많은 것은 세계, 한국, 일본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도 A형이 인구비율 만큼 많다. 혈액형 분리주의자 기준으로 A형같은 이승엽은 B형이고, O형같은 김태균은 AB형이다. 세계 육상 구기종목에 O형이 가장 많은 이유는 아프리카 주민의 60%, 재미 흑인의 49%가 이 혈액형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혈액형 분류법은 태어난 별자리만 보고 성격 운운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는 마크 시걸 뉴욕대 의과대 교수의 말을 빌지 않아도 된다. 항원에 따라 결정되는 혈액형은 ABO 외에 RH, MNSs, Lewis, Duffy, Kidd 등 500여 가지나 있고 ABO형 내에서도 ‘시스 AB형’, ‘혈액키메라’, ‘약A형’, ‘약B형’ 등 독특한 유형이 많다는 지식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혈액형 인종분류’는 내 주변만 둘러보아도 허무한 짓임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프로필에 혈액형을 지우자. ‘소(小)우주’ 인간은 얼마나 오묘한가. 70억명이 가히 70억종이다. 그게 바로 존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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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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