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극장가는 어느 때보다 중년 남자 배우들의 활약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최민식부터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류승룡까지 중년 배우들은 꽃미남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스크린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켰다.
먼저 올 초 극장가를 장악한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은 녹슬지 않은 관록의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을 압도했다. 그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권력 앞에 비굴해질 수밖에 없는 최익현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내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최민식의 바통을 이어받아 등장한 류승룡은 ‘내아모’를 통해 느글느글한 카사노바 장성기로 코믹 본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특히 전작 ‘최종병기 활’의 쥬신타와 상반된 캐릭터로 보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이어 천만 영화 ‘광해’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킹 메이커 허균의 옷을 입고, 이병헌과 깨알 호흡으로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했다.
역대 한국 영화 기록 1위를 자랑하는 ‘도둑들’에서 김윤식은 극의 핵심키를 손에 쥔 마카오박을 연기했다. 이정재, 김혜수, 전지현 등 멀티캐스팅이 조화를 이룬 이 영화에서 김윤석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비록 저예산 영화지만 ‘남영동 1985’에서 고(故) 김근태 의원 역인 김종태로 분한 박원상 역시 올 한해 스크린을 빛낸 중년배우다. 그동안 손 꼽지 못할 만큼 많은 작품에 출연한 박원상이지만 그가 대중들 앞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것은 바로 ‘부러진 화살’부터였다. 이후 그는 ‘남영동 1985’에서 고문을 당하는 피해자의 고통과 절망을 생생히 묘사해내며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조성하 역시 ‘화차’, ‘500만불의 사나이’, ‘비정한 도시’에 연이어 출연하며 어느 때보다 풍성한 한 해를 보냈다. ‘화차’에서는 끈질긴 형사로 ‘500만불의 사나이’에서는 비리를 가진 한상무로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이어 ‘비정한 도시’에서는 가난한 생계 때문에 큰 사건을 저지르게 되는 택시기사로 분해 기존의 기품 있는 모습을 쏙 뺀 연기를 선보였다.
이처럼 올해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받은 중년 배우들은 이미지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상대 배우들과의 호흡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충무로에서는 이들을 향한 러브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 한해를 빛낸 이들이 향후 어떤 캐릭터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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