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원화값 급등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가격은 1023.5원으로 출발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로 가면 하반기에 달러당 1000원선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당국은 아직 관망 중이다.
원화강세, 즉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기업으로선 악재다. 수출단가가 올라가 채산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반면 내수기업과 가계 입장에서는 원화가치가 올라간 만큼 구매력이 커져 이득이다.
원화강세는 GDP(국내총생산)에서 기업과 가계가 차지하는 소득비중을 조정하는 효과도 있다. 2000년 이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전체 소득에서 기업 소득 비중은 늘어나는데 가계소득 비중이 계속 줄어드는 것이었다. 가계의 구매력이 경제가 성장하는 수준만큼 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수출 의존형 경제, 내수가 뒷받침되지 못한 ‘절름발이 경제’ 소리를 들은 것도 이 때문이다. 환율문제를 건드리지 않고서 기업과 가계간 소득격차를 줄이긴 쉽지 않다.
원화값 상승은 예견된 일이었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가 대량 유입돼 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3월 경상수지가 73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만 151억3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105억달러)보다 더 많다. 이런 흐름이라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약 800억달러)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상수지 확대는 노동생산성 향상과 저물가 기조 속에서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이익도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수출기업이 잘 돼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고 내수가 회복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면 거시경제 전체적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미(美) 연준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이후 통화가치 폭락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나라는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공 등 경상수지 적자국들이다. 한국은 이들 나라와는 질적으로 다른 경로를 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쏠림’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총소득에 비해 내수(소비+투자)가 부족하고, 총저축에 비해 총투자가 부족한 상태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경상수지 흑자는 안정적 성장을 위해 유지돼야 하지만 과도한 흑자는 통상마찰을 유발할 뿐 아니라 내수부진의 장기화를 의미해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적정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3~4%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경상수지 흑자는 약 800억달러로 GDP의 6.1%를 차지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10월 인용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는 한국의 GDP 대비 경상 흑자가 적정 수준보다 많고 원화 가치가 8% 저평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경상 흑자 흐름이라면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환율은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판단하는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우리나라의 내수 구조는 수출 기업의 투자가 관건인데, 환율 하락이 내수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급격한 소비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으로 수출마저 무너지면 한국 경제에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부는 오는 9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긴급 민생대책회의를 열어 내수 회복 지원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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