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산이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추경을 논의하는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야당은 정부의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감액해 단독 처리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야당이 오히려 민생과 경제 불확실성을 근거로 신속한 추경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야당이 감액한 예산을 회복시키는 것도 아닌데, 시행도 해보지도 않은 예산안을 변경하겠다는 의도를 국민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선 예산을 편성하고 회계연도 시작하자마자 추경하는 것은 예산안 처리가 졸속이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전염병 확산과 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아닌데 이렇게 급하게 추경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추경이 예산집행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신속한 집행을 방해할 수 있다.
2025년 예산은 어느 때보다 민생과 경제 활력을 위한 사업들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사업은 정상화되지 못했고, 당시 빌린 돈은 아직도 갚아야 한다. 이번 예산에서는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의 소상공인 예산이 반영됐다. 노인일자리 사업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1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목표로 예산이 수립됐다. 정부는 연간 생계급여도 141만 원을 인상해 저소득층의 삶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올해 예산은 경제활력과 통상 현안에도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성장 동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도 마련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투자를 독려하고 정책금융을 활용하여 경제 활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탄력세율 및 할당관세 등을 활용하여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복안도 마련됐다.
더욱이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전에 예산을 배정하여 예산의 조기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요건을 완화해 대상을 확대하며, 대상자 맞춤형 홍보와 사업계획을 조정하여 상반기 집행을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노인들을 작년 12월 선정하여 바로 사업 예산이 집행된다. 정부는 국가장학금도 조기 집행하고, 임금체불근로자들에 대한 지원도 대지급금 처리 기간을 단축하여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조치했다. 국가지원지방도 건설 사업이나 노후상수도정비사업, 다함께 돌봄센터지원 사업과 같이 민생 현장을 바꾸는 사업들은 국비를 선지급하여 조기 착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규모가 10~20조원임을 고려시, 추경 규모는 2025년 본 예산 673조원의 1~3%에 불과하다. 특히, 야당이 주장하는 지역사랑상품권 등 이전지출은 재정승수도 낮아 경제성장 제고 효과도 미미하다. 재정 수입과 예산 집행 효과, 그리고 민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추경이 필요한지를 살펴야 한다.
현재 경제의 하방 위험은 재정 지출의 문제가 아니다. 잇따른 공직자 탄핵으로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투자 심리도 불안한 가운데 주가도 하락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의 하방 위험을 막고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추경보다 국정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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