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얼마전 프랑스에서 미사 중인 가톨릭 신부를 살해하며 ’무슬림 대 기독교’의 종교전쟁 구도로 몰고가고 있는 이슬람국가(IS)가 이번에는 “십자가를 파괴하라”며 종교전쟁을 노골화하고 있다. 종교 대립으로 세게를 분열시키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 곳곳에선 “테러는 악(惡)”이라며 가톨릭과 이슬람이 손을 잡고 화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수니파 무장조직 IS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유포한 영문 선전잡지 다비크 15호 잡지 표지엔 IS의 깃발을 배경으로 한 조직원이 교회로 보이는 건물의 지붕에서 십자가를 떼어버리는 사진과 함께 ‘십자가를 파괴하라’(Break the cross)라는 제목이 실렸다.
IS는 또 “서방에 숨은 전사들은 지체 없이 기독교인을 공격하라”면서 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테러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참고해야 할 사례로 미국 올랜도와 프랑스, 방글라데시에서 벌어진 테러를 예로 들었다.
이는 최근 독일, 프랑스에서 IS 추종자의 테러가 빈발한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벌인 유혈사태를 ‘이슬람 대 서방 종교(기독교ㆍ천주교)’라는 종교전쟁 구도로 몰고 가려는 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분법적인 사상전으로 서방을 이슬람을 핍박하는 세력으로, 자신들을 이에 맞선 이슬람의 보호자로 전선을 전환하려는 것이다. 이런 구도라면 서방에서 IS가 벌이는 테러와 잔인한 인명 살상을 종교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는 계략이다.
IS는 이어 다비크에서 “서방의 기독교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이단자들은 서방인에 대한 무슬림의 증오와 적대감 뒤에 깔린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라”며 “기독교를 버리고 이슬람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를 회개하라”고 주장했다. 다비크는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무슬림에 대한 적의를 선의의 베일로 감춰 속인다면서 교황 역시 테러의 표적이라고 협박했다.
종교전쟁으로 몰고가려는 IS의 게략에 유럽 곳곳에선 가톨릭과 이슬람이 “종교 전쟁은 없다”며 화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오전 독일 뮌헨의 상징적 건물인 성모교회(Frauenkirche)에서는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22일 이란계 독일인의 총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는 기독교도뿐만 아니라 유대교ㆍ이슬람 교도도 함께해 화합을 강조했다.
리하르트 막스 추기경은 “불신과 공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지역 무슬림을 이끄는 다리 하제르는 “2주 동안 잇따라 테러를 당한 독일이 증오와 폭력의 악순환 속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루앙 대성당에서는 가톨릭 신자 2000명과 무슬림 100여명이 함께 미사에 참여했다. 미사를 집전한 도미니크 레브런 대주교는 “오늘 아침 우리는 무슬림 친구들에게 특별한 환영인사를 전한다”며 “이들이 미사에 참석한 것만으로 신의 이름으로 죽음과 폭력을 거부한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모든 가톨릭 신자의 이름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미사가 열린 루앙대성당에는 경찰과 군인이 배치됐지만 검문은 하지 않았다. 이외에 로마 산타마리아 트라스테베레 성당에서도 이날 무슬림들이 미사에 참석했다. 밀라노와 시칠리아, 팔레르모, 나폴리 등에서도 가톨릭과 무슬림의 합동 미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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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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