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 진화 알고리즘등 적용 피에르 마리 퀴리大·와이오밍大 공동개발
영화 ‘어벤져스 2’에는 평화 유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 ‘울트론’이 등장합니다. 사람을 대신해 어렵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으로 태어났어야 했지만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인간을 ‘싸워야 할 적’으로 인식하는 로봇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도 또 다른 인공지능 로봇 ‘킬러 로봇’이 등장합니다. 총탄에 맞아 팔과 다리가 떨어져도 멈추지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는 로봇이죠.
곤충형 인공로봇. 이 로봇은 ‘적응하는 기계’로써 첫번째 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여기서 문제. ‘울트론’과 ‘킬러 로봇’의 공통점은?
두 로봇 모두 어떤 문제에 직면하면 자가 판단으로 대처법을 찾고 이에 따른 행동 양식을 구현해 낸다는 겁니다. 본체 일부가 고장이 나면 나는 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직관’이 로봇에게 내제돼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런 로봇이 우리의 삶과 더 밀접하게 연결될지도 모릅니다. 프랑스 피에르-마리 퀴리대학과 미국 와이오밍 주립대 공동연구팀이 고장이 나도 저 힘으로 대처법을 찾는 인공로봇을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이 인공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닥치면 직관적으로 판단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1세대 로봇입니다.
일부러 다리 한 개를 작동시키지 않자, 나머지 5개의 다리에 적합한 걸음걸이를 찾기 위해 로봇이 다양한 방법으로 걷고 있다. [BBC영상 캡쳐]
연구팀은 6개의 다리를 가진 거미 로봇에 진화 알고리즘을 적용시켰습니다. 이 거미 로봇의 걸음 방법만 1만3000개. 로봇의 다리 한 개나 두 개를 아예 없애거나 일부 다리 길이를 짧게 만들어도 이 로봇은 2분 만에 새로운 걸음법을 찾아냅니다. 고장난 다리를 제외한 나머지 4개의 다리로 뛰는 것도 모자라 점프까지 하죠.
연구팀은 이 기술을 길이 62cm의 로봇팔에도 적용시켰습니다. 이 로봇에게 공을 집어 빈 통에 넣는 임무를 준 뒤, 총 8개의 관절 가운데 일부를 일부러 작동시키지 않았습니다. 이 로봇은 바로 공을 넣지 못했지만 곧 고장 난 관절을 제외한 나머지 관절 각도를 바꿔 공을 넣는데 성공합니다.
이 거미 로봇에 구현된 알고리즘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우선 이 로봇에는 ‘MAP-Elites’라는 새로운 유형의 진화 알고리즘이 적용됐습니다. 쉽게 말해 ‘적자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들이 나열된 절차의 모임입니다.
구글의 딥마인드 기술이 ‘스스로 배우는 시스템’에 대한 것이라면 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알고리즘인 겁니다. 이 진화 알고리즘이 작동되면 이 맵을 빠른 시간 내에 관련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검색하는 ‘베이지안 최적화’(Bayesian optimization) 알고리즘이 이어 구현됩니다.
‘로봇(robot)’은 노예라는 뜻을 가진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1920년 카렐 차페크의 희곡에서 처음 등장했죠. 그런데 자가 판단이 가능한 이 거미 로봇을 시작으로 로봇이 더 이상 인간의 도우미로만 자리매김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로봇이 더 이상 로봇이 아닐 수 있다고 해야할까요?
기술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기계와 인간 사회와의 관계를 뒤바꿔 놓습니다.
직관으로 해법을 찾는 이 로봇이 응용돼 인류에게 더 편리한 삶을 제공할 수도, 이와 정반대로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것도 모자라 인간에게 대항하는 기계가 될 지도 아직 모를 일입니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에게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지만,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멸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죠. 서로 상반된 주장이지만 인간이 인공지능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지 않는 것이 핵심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해당 연구 논문은 네이처지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습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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