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김현경 기자] 아이를 낳기 전 ‘나는 이런 엄마가 돼야지’ 하고 다짐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아이한테 소리지르지 않고 화가 나도 차분히 얘기하는 엄마가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태어나고 보니 다짐을 지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개월수가 적을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울고 보채고, 이유식이나 밥은 먹는 게 반, 버리는 게 반입니다. 기어다니고 걷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헤집고 다녀서 집안이 난장판이 되기 시작합니다. 장난감이나 책은 갖고 놀기보단 부수고 찢으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지르는 건 둘째치고, 위험한 것을 만지고 높은 곳에 올라가는 통에 신경이 곤두섭니다.
[사진=123RF]
돌이 지나고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면 조금 나아질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습니다. 말귀만 트이면 좋을텐데 자아와 고집도 함께 생겨납니다.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려고 도망다니고, 자기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때리거나 던지면서 성질도 부립니다. 마트에서 장난감 사달라고 드러눕는 건 유치원쯤 돼서야 하는 줄 알았는데, 18개월도 안 돼서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게 몇번이면 그래도 괜찮을텐데 문제는 무한반복이라는 겁니다. 주(主)양육자인 엄마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매일 이런 일을 겪습니다.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엄마도 사람이다보니 지치고 짜증도 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짜증이 아이에게 소리지르는 것으로 발현됩니다.
저는 육아휴직 기간 중 처음으로 아이에게 소리를 높였습니다. 청소를 하는데 아이가 졸졸 따라다니면서 정리해놓은 걸 어지럽히고 다시 정리하면 다시 어지럽혔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넘어갔는데 그날은 몸이 너무 힘든 나머지 순간 욱해서 아이를 다그치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소리지르는 걸 처음 본 아이는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고, 저는 운다고 또 혼내고, 아이는 무서운지 방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싶어 아이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달랬습니다. 아이는 또 금세 웃으며 안겼지만 제 마음은 편치가 않았습니다. 내가 다시 치우면 되는 건데 그게 뭐라고, 저렇게 어린 애가 뭘 안다고 애한테 그랬을까 한없이 자책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이의 행동은 그렇게 혼낼 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제가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가 쌓였는데 풀 데는 없고 그 짜증이 나보다 약한 아이를 향했던 것이었습니다.
훈육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차분히 말해도 알아들을 수 있는 걸 소리치고 때리면서 가르칠 때에는 엄마의 스트레스가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을 벌이는 독박육아맘들은 육아 스트레스가 더 심합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엄마도 사람이니까 스트레스를 받는데, 스트레스를 풀 여유는 없고 쌓이기만 하다 엉뚱한 데서 터지게 됩니다.
아이한테 짜증을 부렸다고 자책하는 엄마들을 많이 봤습니다. 사람이니까 어쩌다 한번 그럴 수도 있습니다. 금방 아이를 달래주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랑을 주면 아이에게 크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테니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반복돼서 습관이 되면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상처가 됩니다. 아이의 인성에도 영향을 주고 아이와 엄마의 관계도 어긋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인 제거가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면 정말 아이의 잘못 때문만인지, 다른 스트레스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만약 후자라면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와 지금 당장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많은 시간을 더 건강하게 잘 보내려면 잠시 쉬어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엄마들도 가끔은 아이 말고 ‘나’를 챙기시길 바랍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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