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 과세대상 맞아”

매년 2회 임직원에게 복지포인트 지급

사측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 아냐” 세무서 상대로 소송

1심 패소→2심 승소

대법서 패소 취지로 뒤집혀

대법원 대법정 앞 로비. [대법원 제공]
대법원 대법정 앞 로비. [대법원 제공]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회사가 임직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한 복지포인트도 근로소득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이상 사측이 세금을 내는 게 맞다고 판시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A사가 세무서를 상대로 “7300여만원의 세금을 환급해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사 승소로 판단한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깨고, 패소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화학제품, 의약품 등을 제조하는 A사는 임직원들에게 매년 11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를 지급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였다. 임직원들은 각자 배정된 복지포인트 한도 내에서 다양한 물품을 구매했다.

세무당국은 해당 복지포인트를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근로소득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A사는 “복지포인트는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이 아니다”라며 이미 지급한 근로소득세 7300여만원을 환급해달라고 했다. 세무당국·조세심판원에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사 측은 “근로소득은 근로의 제공으로 인해 받는 대가”라며 “복지포인트는 근로제공과 무관하며 1년 이내로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될 뿐 아니라 양도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게 아니라 복리후생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소득세를 과세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1심에선 A사가 졌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제1행정부(부장 박상현)는 2023년 5월,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복지포인트는 기본적으로 A사와 임직원들 사이 근로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직급이나 근속연수 등을 기준으로 부여됐다”며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2심에선 A사가 이겼다. 2심을 맡은 광주고법 1행정부(부장 김성주)는 지난해 1월, A사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복지포인트는 사용, 수익, 처분 권한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근로소득의 범위에 해당하는 급여를 지급받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복지포인트는 원칙적으로 도서 구입, 여행, 자기계발 등 직원복지의 취지에 맞게 사용돼야 한다”며 “복리후생과 무관한 업종에선 사용할 수 없고, 연도 중에 사용하지 못하면 소멸할 뿐 아니라 휴직자에게도 동일하게 지급돼 근로 제공과 무관하게 매년 일괄 배정된다”고 설명했다.

하급심(1·2심)에서 판단이 엇갈리자 대법원에서 교통정리에 나섰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A사 패소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복지포인트는 사측이 임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배정해 사용하도록 한 것”이라며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는 아니더라도 근로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는 급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용처가 제한되더라도 정해진 사용기간과 용도 내에선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며 “임직원들이 복지포인트를 사용함으로써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2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4번째 재판에서 A사는 패소할 전망이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