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원심과 같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임세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원심과 같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법원으로부터 ‘불법 승계는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이후 10년 동안 부당 합병, 회계 부정 등으로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왔지만 법원은 일관되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 백강진·김선희·이인수)는 3일 오후 2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자본시장법),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삼성그룹 관계자들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파급 효과가 큰 공소사실을 추측,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유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원심과 결론은 동일하다”고 했다. 1심과 동일하게 23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중대한 혐의로 기소했지만 정작 증거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진회색 정장에 붉은 갈색빛의 넥타이를 차고 온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1심 선고 당시보다 한층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몇차례 자세를 바로 잡는 등 1심 선고 때보다 몸을 더 자주 움직였다. 선고가 후반부로 갈수록 숨을 들이쉬고 혀로 입술을 축이는 등 동요하는 모습이었다. 선고가 끝난 후에는 수년 동안 함께 재판을 받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전실 실장, 김종준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항소심 재판부는 이 회장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일방적으로 양사 합병을 추진하고, 삼성물산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미래전략실과의 조율하고 협력해 합병이 결정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양사 의사와 관련 없이 결정됐다 보기 어렵다”며 “미래전략실이 대략 검토한 후 본격적인 검토는 양사가 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항소심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 부정회계 의혹에 대해서도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8월 관련 행정 재판에서 이 회장 측에게 불리한 판단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행정 제재와 별개로 형사적으로 ‘유죄’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경제적 실재와 부합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업에 성공 중인 에피스가 (회계상) 자본 잠식에 빠지는 것은 ‘미스 매치’로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해 고민한 노력을 거짓 회계처리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관련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은 로직스가 자본잠식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기재된 정보가 실재와 부합하다면 ‘의도’를 이유로 형사 처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의 부정거래 행위는 진실을 공시하더라도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부정행위가 된다”며 “하지만 회계 처리는 유용한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했다면 부정행위로 볼 수 없다. 올바른 자료를 기재한 이상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