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제 유가가 증시의 향방을 가를 최대변수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15거래일간 2000선 랠리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1990선으로 고꾸라진 것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추락한 데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 약세 재현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가 변동성은 이머징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코스피 상승 탄력이 저하되면서 ‘써머랠리’의 종료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불안감도 엄습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9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3.3%(1.32달러) 오른 배럴당 40.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미국의 휘발유 재고량이 당초 예상치보다 많은 330만 배럴 감소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전날 4개월 만에 WTI 배럴당 가격이 40달러 아래로 추락한 데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된 셈이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하락 추세에 놓인 만큼 당분간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하락세가 추가로 이어진다면 최근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유가 변동성이 상승장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은 이미 전날 포착됐다. 국제 유가가 심리적 지지선인 40달러를 뚫고 39.51달러를 기록하면서 코스피는 15거래일 만에 2000선을 내줬다. 외국인도 19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마무리해 수급부담이 가중됐다.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은 “국제유가가 40달러 수준까지 내리면서 유가 변동에 대한 증시 민감도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유가 반등 여부와 외국인 수급강도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가가 30달러선에서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량이 3341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8월 이후부터는 계절적 성수기 수요가 정점을 지나면서 원유재고 증가 부담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 전망이다. 이미 국제 유가는 지난 6월8일 51.23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현재까지 20% 넘게 폭락했다.

다만, 유가의 하락세가 급격하게 나타나진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유가가 반등하면서 미국 시추공 수가 늘었다면 반대로 유가 하락은 이를 다시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유가의 추가 하락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낙폭이 크게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선 지수의 향방을 따르기보다 업종별ㆍ종목별 ‘압축’ 대응이 유리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항공ㆍ운송업은 유가 하락과 원화 강세가 맞물려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된 업종으로 꼽혔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하락하면 항공운송 업체들의 원료비가 절감된다”며 “이들 업체는 원화 강세로 외화환산 이익이 생기는 동시에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증가하는 항공여객수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봤다.

정유업종도 유가 하락 전환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정유업종의 경우 마진 위축에 따른 주가 하락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며 “매수논리가 득세하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