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휴학 24학번 의대생 6명 인터뷰
정부 불신 여전 “올해도 휴학 계속” 예고
향후 무더기 학사경고·유급 대란 비상
교육부·대학 “올해는 돌아와야” 강경대응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의과대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채 휴학에 돌입한 지 1년이 넘었다. 의대생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뿌리가 깊다. 회유도, 압박도, 설득도 있었지만 의대생들은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복귀하고 싶은 의대생들은 대학과 정부, 선배들의 눈치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25학번 신입생에게도 ‘휴학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도 목격된다. 그러는 와중에 사상 초유의 ‘7500여 명 수업’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5일 헤럴드경제는 지난해 의대를 휴학한 24학번 의대생 6명을 만나 이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반수’를 통해 다른 대학에 진학한 1명을 제외하고 이들은 공통으로 “휴학을 후회하지 않는다”라며 “정부의 정책 철회와 대승적인 사과가 없을 경우 수업을 듣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의 깊이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올해도 돌아오지 않겠다는 것이다.
▶휴학 1년 넘어…대부분 과외·취미·여행 등 몰두=휴학한 의대생들은 “지난 1년을 과외, 반수, 취미 생활, 여행 등 각자의 방식으로 알차게 쓰려 애썼다”고 말했다. 의대생 사이에서는 ‘휴학 가이드라인’ 마저 존재한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대부분의 학생의 경험이 유사했다. 이들은 ‘학생이면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가도 ‘2000명’이라는 숫자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의대 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기준 전국 39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제외) 재적생 1만9373명 중 휴학생은 94.7%(1만8343명)로 의대생 대부분이 수업을 듣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뒤늦게 휴학 승인을 허용하면서 ‘2025학년도 1학기 복귀’를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수업 거부는 여전하다. 의대 3년 차 이상인 소위 ‘본과’는 통상 1∼2월 개강하지만, 올해에도 의대 40곳 중 32곳이 개강을 3월로 연기했다.
▶“정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 알아야”=24학번 의대생들은 “휴학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언급하며 휴학에 동참하는 이유를 전했다. 수도권의 한 의대에 다니는 24학번 A씨는 “평생 의료를 일로 삼아야 하는 만큼 이번 선택은 미래를 위한 1년 투자고, 정부가 의료를 자기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만 알아도 유의미한 성과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역시 또 다른 수도권 의대에 다니는 24학번 김모 씨는 “이건 개인의 결정이 모였기 때문에 동맹 휴학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렇게 휴학하는 것 자체도 우리에게는 일종의 배움”이라며 ‘동맹 휴학’이라는 비판에 선을 그었다.
비수도권의 한 의대에 다니는 24학번 장모 씨는 “의대는 선후배 관계가, 1학년 때 맺는 그 관계가 아주 중요하고 평생 간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내가 선배들을 따라가는 게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의대 구조 폐쇄적…‘군 휴학’ 선택한 남학생 다수=실제로 의대생의 집단행동이 큰 이탈 없이 이어지는 것은 의대 구조가 폐쇄적인 영향도 있다. 의대는 조별과제가 많고, 의사 국가고시 등에 참고할 수 있는 ‘족보’도 학번 차원에서 관리된다. 본과 이후 병원에 취업할 때 선배와 동기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이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년을 통으로 쉬다 보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냥 ‘군 휴학’을 선택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권 의대생인 B씨는 “올해도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군대를 더 많이 갈 것 같다”라며 “휴학으로 유급이 되고 하느니 일단 군대부터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25학번 향해 “휴학 동참하라”=정부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많았다. 충청권 의대에 다니는 24학번 C씨는 “정부에서 이번 정책을 책임지고 이끌어온 (보건)복지부의 장관과 박민수 차관이 책임지고 사퇴하고, 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은 25학번을 향해선 ‘휴학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한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는 휴학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설명해 논란이 됐다. 또 신입생들의 연락처를 알아내 ‘휴학의 정당성’을 요구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알려졌다.
다만 25학번이 휴학에 동참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일부 의대생은 25학번이 입학하기 전부터 이들을 향해 ‘윤석열 학번’ ‘증원 학번’ ‘2.5학번’ 등 조롱을 해왔기 때문이다.
다른 길을 선택한 이도 있었다. 강원권 의대생 D씨는 “1년을 날려버리는게 아까워 최근 한 공대에 입학했다”며 “의대에 질린 것도 있다. 따돌리고 낙인찍고 블랙리스트 돌리고 이러는 게 웃기고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고 ‘반수 후 자퇴’를 선택한 의대생은 지난달 10일 기준 11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업 거부 계속되면 비싼 의대 등록금 날아가=교육부와 대학은 올해에는 의대생들을 ‘반드시 복귀하게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수업 거부가 2년째로 접어들면 향후 수업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수업 거부가 계속될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의대 등록금’도 날아가게 된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실이 의대 10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8곳의 의대가 지난해 1학년이 납부한 등록금을 이월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각종 특례를 만들어 유급·제적을 막아줬지만, 올해엔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 거부가 길어지면 의대생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만큼 이제는 강의실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신입생은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이 결정된 이후 입학했다”고 강조하면서 지난해와 달리 올해 신입생들에게는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대학들도 “올해 입학한 학생들까지 휴학하면 내년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다”며 “신입생들은 반드시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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