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기 좌표 제대로 입력했는데
화력 극대화 위해 1호기 따라해
공군 모든 항공기 기종 비행 제한


공군 전투기 오폭으로 민간인과 군인을 포함한 15명이 중경상을 입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보여주기 위한 훈련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날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는 전시나 통상적인 훈련과 달리 화력을 과시하기 위한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 과정에서 벌어졌다. 특히 조종사가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한 KF-16 1호기와 달리 2호기는 좌표를 제대로 입력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1번기를 따라 오폭하고 말았다.
결국 1호기와 2호기 각각 4발씩 모두 8발의 MK-82 폭탄이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일대에 떨어졌다.
조종사 출신의 공군 예비역 장성은 7일 “전쟁이나 일반 전술훈련 때는 1·2호기가 이렇게 동시에 폭탄을 투하하는 일은 흔치 않다”며 “화력을 극대화해 보여줄 필요가 있어 가능한 동시에 많은 폭탄을 떨어뜨리려 하다 보니 2호기까지 1호기를 따라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육안으로 확인하고 조종사들끼리 충분한 소통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이해가 안되는 사고”라고 지적했다.

한미가 내주 돌입하는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와 연계해 실시한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은 지상과 공중전력들이 대거 참가해 하늘과 땅에서 압도적인 연합전력을 과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노골화·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을 통해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강화하고 공지합동 통합화력 운용절차를 숙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전부터 실전과 부관하게 정부와 군 고위급 인사를 관람석에 모셔놓고 보여주기에 그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역시 탄핵정국이었던 지난 2017년 4월 이번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과 유사하게 진행된 ‘통합화력 격멸훈련’ 때는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참관하기도 했다.
이번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 때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진행중인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덕수 국무총리는 참석하지 않았으며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도 훈련장을 찾지 않았다.
대신 김명수 합참의장이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과 훈련을 참관하고 전시된 무기체계를 둘러봤다.
김 의장은 애초 장병들을 격려할 예정이었으나 사고 보고를 받은 뒤 이를 생략하고 합동참모본부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종사가 세 차례에 걸쳐 좌표를 확인하고 수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통상 조종사는 지상에서 표적 좌표를 입력하고, 탑승 전 항공기에 좌표를 연동하고, 폭탄 투하 전 공중에서 비행하며 육안으로 확인하는 3단계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이 같은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군 영관급 예비역은 “조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3단계에 걸친 절차를 본인이 확인하는 게 정상적”이라며 “그런 절차를 숙력시키기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교육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상관제나 다른 계통의 ‘크로스 체크’에 대해서는 공군의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반박이 제기된다. 이 예비역은 “포병사격을 할 때나 소총수에게 사격 지시를 할 때 영점을 제대로 잡았냐고 되묻지 않지 않느냐”며 “조종사가 기본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공군 예비역 장성도 “해군의 경우 함장한테 밖에서 일일이 작전을 지시하고 통제하지 않는 것처럼 크로스체크는 조종사에게도 안 맞는 얘기”라며 “우수한 인재를 조종사로 선발하고 양성하는 것은 이처럼 복잡한 상황에 처해 제대로 처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2·3 비상계엄 이후 군이 어려운 상황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군내 인권보장과 병영문화 개선 흐름과 함께 전반적인 리더십과 조직문화, 훈련방법 등을 점검해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이날 김선호 국방부 장관 권한대행 주재로 포천 지역 사고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국방부 차원의 사고대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앞서 공군은 박기완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별도의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경위 및 피해 상황 등 조사를 진행중이다.
한편 공군은 사고 발생 이후 대북 감시·정찰과 비상대기 등 필수전력을 제외하고 사고를 낸 KF-16을 비롯한 모든 기종의 비행을 제한했다. 또 모든 조종사를 대상으로 사고 사례 교육과 비행 전 단계 취약점 심층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신대원·오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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