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발효 첫날
트럼프 “돈의 전투에서 우리가 이길 것”
캐나다·EU, 즉각 보복 ‘맞불’ 전면전 불사
멕시코 “대화” 英 “美, 흑자”…협상 무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성 패트릭 축제 리셉션에서 미홀 마틴(오른쪽) 아일랜드 총리와 메리 오셰이 여사로부터 아일랜드의 국화인 샴록(세잎클로버) 화분을 전달받고 있다. [UPI]](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13/news-p.v1.20250313.86912428c7334ec4b3178e6c315a90bc_P1.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25% 관세를 발효하자 십자포화를 맞은 각국의 대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표적이 됐던 캐나다는 즉각 보복 조치를 취한 반면, 함께 거론된 멕시코는 이번에는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 유럽 내에서도 유럽연합(EU)은 대대적인 보복에 나선 반면, 영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관세 표적국’ 캐나다·EU, 강경 대응=관세가 발효된 날인 12일 캐나다 정부는 다음날부터 미국산 철강 등 298억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 상품에 보복관세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126억캐나다달러 규모의 미국산 철강제품과 3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알루미늄 제품을 비롯해 컴퓨터, 스포츠장비, 철강주조제품 등(총 142억 캐나다달러 규모)이 포함됐다.
캐나다가 미국에 강하게 맞선 이유는 그동안의 유화적인 해법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보복 조치는 캐나다 정부의 전략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며 “캐나다가 몇 달 동안 미국을 상대로 유화적인 행보를 보였음에도 관세 면제를 실패한 뒤 나온 전략”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며 조롱성 발언을 반복하면서 캐나다 내 반미 분위기가 거세진 탓도 있다.
이번 보복 조치는 기존 관세 보복과 별개로 이뤄졌다. 지난달 4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캐나다·멕시코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하자 캐나다는 보복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캐나다 정부는 1단계 대응 조치로 300억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뒤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같은날 EU도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맞서 내달부터 두 단계에 걸쳐 총 260억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2018년 트럼프 1기 관세전쟁 당시 도입했다가 보류했던 보복 관세를 전면 시행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선박부터 버번 위스키, 오토바이에 이르기는 상품들에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EU는 자체 논의 과정을 거쳐 내달 총 180억 유로(약 28조원) 규모의 미국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다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보복 관세를 발표한 성명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우리는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며 협상의 여지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교역상대국의 보복조치에 대해 “우리가 이길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EU의 관세에 대응하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물론 난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돈의 전투’에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대미 철강 수출국 2위 멕시코 “대응 안해”=반면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국가들은 별도의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 캐나다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관세전쟁 표적이 됐던 멕시코가 대표적이다. 멕시코는 대미 철강 수출국 1위 캐나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상응하는 조처를 즉시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의 창이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미국이 자국과의 철강 무역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멕시코 경제부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대(對)멕시코 흑자 규모는 68억9700만 달러다.
멕시코 경제 장관은 지난달 기자 회견에서 “자국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는 상대 국가에 관세를 매기는 건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정당치 않다”고 꼬집었다.
▶EU와 결별한 영국 “美, 영국과 무역으로 흑자”…밀착외교 가속=영국도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글로벌 관세 부과에 실망했지만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며 “관세를 포함한 경제 협상을 하고 있으나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타머 총리는 궁극적으로 미국과 영국 간 무역 관계가 동등하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영국 통계에서는 미국이 영국과의 무역을 통해 890억달러 흑자를 보고 있고, 미국 통계에서는 미국이 145억달러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영국의 ‘독자노선’이 EU 국가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NYT는 “스타머 총리는 EU와 무역 등에서 가까워지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그의 선택지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역시 미국을 상대로 한 보복 관세 정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페르난두 아다지 브라질 재무장관은 이날 취재진에 “우리는 그런 식(보복)으로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룰라 대통령이 훨씬 침착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현지언론은 보도했다.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철강업계 대표단과 회의를 한 아다지 장관은 “이번 조처로 잃을 것이 더 많은 건 미국”이라며, 브라질이 미국을 상대로 무역수지 적자를 본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각국, 지역 모두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과의 전면 대결은 피하고 싶은 것이 본심이지만, 대항 조치는 취할 수 밖에 없다”면서 “연쇄적인 보복조치가 이어지면 각국 모두 경기하방 리스크가 고조된다”고 짚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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