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로이터, EPA, 신동윤 기자 제작]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로이터, EPA, 신동윤 기자 제작]

미국 에너지 패권의 황금기 개막(Unleash Golden Era of American Energy Dominance)

美 에너지부(DOE) 발표 에너지 정책 중

지금 이 시점 누가 뭐래도 세계 패권을 거머쥔 국가는 미국입니다. 과거보다 흔들리는 이 지위를 다시 강화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만들겠다고 재등장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미국 일방주의(America only)’의 길을 향해 속도를 더하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죠.

미국의 폭주가 가능한 밑바탕에는 주요 화석연료 생산량까지도 ‘세계 1위’ 자리를 거머쥐며 에너지 자립을 완전 달성, 글로벌 에너지 패권마저 거머쥐겠다고 나선 점이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단 분석이 나오죠. ‘셰일 혁명’으로 원유 생산량 1위 자리를 차지한 미국은, 시간이 흐를 수록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탈(脫)석탄’ 기조 속에서 폭발적인 속도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천연가스(LNG) 생산량에서조차도 왕좌에 오른 상황입니다.

주요 화석 에너지원 어느 한 분야에서도 생산량 세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을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은 미국. ‘신의 축복’이 미국에만 쏠렸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한 상황이죠.

[월드 맵스 온라인]
[월드 맵스 온라인]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 만약 당신이 복권에 당첨돼 살고 싶은 나라에 땅을 사고 싶다고 해보자. 부동산 중개인이 가장 먼저 소개해 주는 곳은 바로 미국이리라.

팀 마샬 著, ‘지리의 힘’ 중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는 그 힘을 적극 활용하기로 마음먹은 듯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식에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외치며 화석연료 시추 확대를 선언함으로써 ‘미국의 에너지도 위대하게’ 정책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고(高)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막지 못해 정권을 내준 조 바이든 행정부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대량 생산 시대로 복귀하는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더 중요한 점은 증산을 통해 끌어올린 에너지 파워를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을 향해 휘두를 ‘무기’로 활용할 마음까지도 먹었다는 게 뚜렷하게 보인다는 점이죠. 때론 적성국보다 더 강하게 동맹국을 때리는 ‘관세’ 압박 카드의 주요 무기로도 활용되는 게 바로 천연가스입니다.

천연가스 생산·수출량 세계 1위 미국

우리 미국은 ‘천연가스계의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 of Natural Gas)’입니다. 이걸 시장에 내놓아야 합니다.

J.D.밴스 美 부통령, 작년 美 펜실베이니아주 대선 유세 현장에서
J.D.밴스 美 부통령. [AFP]
J.D.밴스 美 부통령. [AFP]

사우디아라비아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장 격인 나라입니다. 석유 수출국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정된 만큼, 주기적으로 회원국들의 석유 공급량과 유가를 조정 중인데요. 앞서 지난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친(親)이스라엘적 태도를 보인 미국과 서방 세계에 반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아랍 국가들이 중심이 된 OPEC 회원국들이 석유 감산 조처를 하면서 전 세계적인 ‘오일쇼크(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 충격)’를 몰고 오면서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습니다.

밴스 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언급한 점도 이런 맥락과 닿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1위’ 천연가스 생산국 지위에 올라선 만큼 ‘수급 통제권’을 거머쥐어 미국의 존재감을 과시, 미국에 가장 유리한 각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천연가스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는 것이죠.

2023년 천연가스 생산량 상위 10개국. [에너데이터]
2023년 천연가스 생산량 상위 10개국. [에너데이터]

수평 시추와 수압파쇄 기술이 상용화하면서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사실 에너지 분야 전문 컨설팅업체인 ‘에너데이터(Enerdata)’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미국은 천연가스 생산량으로는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해 왔습니다. 지난 2023년 기준으론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이 1084bcm(1bmc=10억입방미터, 10⁹㎥)으로 2위 러시아(669bcm)의 1.62배에 달했고요.

현재 시점에서 더 중요한 데이터는 바로 ‘수출량’인데요. 지난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케이플러·LSEG·스태티스타 등 시장조사 업체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8690만t(톤)에서 최대 9290만t의 액화석유가스(LNG)를 수출했는데요. 카타르(7700만t), 호주(7400만t)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2023년 사상 최초로 오른 최대 수출국 자리를 2년 연속 지킨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셰일 혁명’으로 가스 생산능력이 극대화했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수출 규모가 3~4위권에 그쳤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는 것이죠. 또 2016년에야 LNG 수출 시장에 전면 합류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 놀라운 기록이기도 하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LNG 신규 수출 동결 조치’를 해제할 정도로 LNG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미국의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를 위한 시간이 왔다

헤리티지재단

미국 보수 진영의 ‘두뇌’를 담당하는 싱크탱크와 다수 에너지 전문가도 트럼프 대통령의 천연가스 패권 행보에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죠.

향후 수요 급등할 천연가스

미국의 LNG 드라이브는 중장기적으로 LNG가 글로벌 경제, 지정학적 측면에서 발휘할 힘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오일 메이저 기업 중에서 가장 먼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석유·가스 관련 설비투자(CAPEX)를 기존 85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관련 CAPEX를 기존 50억달러에서 15~20억달러로 축소하는 조처를 했는데요. 화석연료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며, 그 중심에 천연가스가 있다고 본 것이죠.

또 다른 글로벌 오일 메이저 기업인 셸(Shell)은 오는 2040년까지 LNG 수요가 6억3000만~7억2000만t까지 증가해 올해 대비 중간값 기준으로 수요가 60% 증가할 것으로 봤습니다.

NH투자증권은 글로벌 천연가스 수요 증가의 요인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눠봤습니다.

▷발전 시장에서 석탄, 원유, 바이오매스를 대체하는 천연가스 발전 확대

▷운송 수요 증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따른 발전 수요 증가

▷저탄소 발전원 필요성 확대 및 정책적 지원

트럼프 대통령은 가스를 에너지 안보와 산업 안보의 지렛대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인공지능(AI) 확대로 필수가 된 데이터텐스의 안정적 가동을 위해선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보다 가스가 훨씬 적합한 발전원이라는 측면도 트럼프 대통령의 가스 패권 전략에 녹아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데이터센터 전력원에서 천연가스가 60%를 차지해 재생에너지(40%)보다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관세’ 피하려 알아서 美 LNG 구매

트럼프 행정부가 초반부터 전 세계를 향해 휘두르는 채찍은 바로 ‘관세’인데요. 오른손에 ‘관세’를 쥐고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면, 왼손에 들고 있는 카드가 바로 ‘천연가스’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방위적인 글로벌 ‘관세 전쟁’에서도 미국산 천연가스가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당장 미국의 관세 파고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가들이 협상 카드로 내밀고 있는 게 바로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카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안긴 선물 보따리 속에는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에 앞서 일본은 이미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LNG 등 천연가스 수입을 7.2% 늘리면서 대미 흑자 규모도 700억엔 정도 감축하며 트럼프 행정부 등장에 남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인 바 있죠.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미국의 대(對)인도 무역적자 폭 축소를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미국산 석유와 LNG 수입량을 크게 늘리겠단 방침을 내놓기도 했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인도에 최고의 (에너지) 공급국이 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모디 총리가 “인도의 에너지 안보 보장을 위해 곧 상호 호혜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호응하면서죠.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EPA]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EPA]

양측의 접점 찾기가 난항에 빠진 상황이지만, EU는 미국 측에 관세 전쟁 문제 해소를 위한 협상 카드 중에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방안을 넣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대미 무역흑자 4위 국가인 베트남도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력한 흑자 축소 대책 요구에 미국산 LNG 수입 관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관세 전쟁’ 수준을 넘어 국가 안보가 근본적으로 위협을 받는 대만은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 사업인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상황입니다. 지난 20일 대만 국영 석유기업인 대만중유공사(CPC·台灣中油)는 전날 타이베이(台北) 본사에서 미국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LNG 구매·투자의향서를 체결했습니다. 대만 내외신 언론들은 반도체 등에서 나오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줄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을 완화하고, 중국의 군사적 압박 강화 기조 속 절실한 미국의 안보 지원을 얻어내겠다는 의도가 이번 투자의향서 체결에 담겨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AFP]
[AFP]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약 1300km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 해안으로 운송, 액화한 뒤 수출하기 위한 대형 사업인데요. 총투자비는 440억달러 규모로 추산됩니다. 알래스카 주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지만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각각 수조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길 원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국정 과제이자 통상·에너지 협력의 주요 의제로 주목받은 바 있죠.

한국 정부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사업성 등을 신중하고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이 원하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참여를 기정사실로 한 것엔 프로젝트에 참여하라는 압박이 담겨있다는 게 중론이죠.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의 경우 성공을 장담할 수 없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동안 LNG 수요 감소나 생태계 보호 이슈, 탄소중립 중요성 강화 등 여러 리스크가 큰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미 행정부가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 시점이 4월 2일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그들이 원하는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는 효과적인 방어 카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사업에 성과가 날 경우 LNG 수입선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서 “미국과 동맹국 지위를 공고히 해 지정학적 이익이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 등이 향후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 등이 향후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

美의 LNG 파워 급부상, 中·러엔 압박

미국의 LNG 패권 전략이 미·중·러 간의 샅바 싸움에서 균형의 추를 움직일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최근 러-우 전쟁 종전을 위한 움직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브로맨스’가 눈에 확 들어오는데요. 이와 별개로 미국의 LNG 패권 드라이브는 그동안 러시아가 쥐고 있던 유럽, 아시아권 국가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관련 ‘조종간’을 중장기적으로 미국이 거머쥐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평가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내놓습니다.

그동안 러시아와 연결된 ‘가스관’으로 공급받던 천연가스에 의존했던 유럽 국가들은 러-우 전쟁 이후 기존 가스 공급망을 끊어가고 있습니다. 오는 2027년까지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을 목표점으로 삼기도 했고요. 서유럽, 동유럽, 발트 3국(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등이 트럼프 2기 LNG 드라이브를 러시아 천연가스와 결별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러-우 전쟁이 마무리돼도 과거와 같은 ‘가스관’ 중심의 EU와 러시아 간의 천연가스 공급망은 사실상 복원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고요.

트럼프의 전략은 미국이 러시아의 글로벌 천연가스 영향력을 대체하고 에너지 패권을 잡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리처드 모닝스타, 美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 글로벌에너지센터 창립자

러시아의 빈자리는 미국이 채우게 될 것이란 분석도 이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과 멀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LNG를 매개로 한 관계는 더 뗄 수 없는 관계로 묶이게 될 것이란 분석이죠.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U 지역의 천연가스 수요는 올해 9300만t에서 2040년 1억2400만t으로 증가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다른 천연가스로 대체할 경우 최대 5000만t에 이르는 LNG를 외부에서 구매해야한다고 내다봤는데요. 이 수요 중 대부분을 미국산 LNG가 담당할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의 LNG 개발 드라이브 가속화와 이에 따른 패권 획득은 ‘주요 2개국(G2)’으로서 맞수로 급부상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에게도 압박감을 줄 수 밖에 없단 평가가 나옵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입니다. 지난 2023년 한 해 수입량만 978억 세제곱피트로 일본(903억 세제곱피트), 한국(606억 세제곱피트) 등과 비교했을 때 더 많았고요.

[AFP]
[AFP]

물론 중국의 LNG 수입 물량 중 미국산의 비율은 5%에 불과합니다. 지난 2월 4일부로 중국산 수입품에 미국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곧바로 발표한 보복 조치 중 LNG에 대한 15% 관세도 담겨 있는데요.

LNG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으론 전체 시장에 미국이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패권까지 거머쥐어 가격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면 에너지 안보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단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이 주목하고 있는 LNG 수출 시장이 바로 한국이 포함된 인도-태평양 지역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당장 태평양을 끼고 있는 알래스카 LNG 개발에 트럼프 대통령이 큰 관심을 쏟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 것이죠.

특히, LNG를 매개로 한 미국과 인도 간의 밀착이 강해질수록 미국의 LNG 패권 강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당장 인도의 올해 천연가스 수입량은 2700만t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습니다. 경제 성장에 따른 전력 사용량 증가에 대비해 수입량을 늘린 결과인데요. 정연승 연구원은 “에너지 믹스에서 2030년까지 천연가스 비율을 현재 6.2%에서 15%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약 60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9월엔 러시아 북극 LNG 2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LNG의 구매 중단을 결정하며 국제 사회 제재를 준수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는데요. 이 물량이 미국산 LNG로 이어질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천연가스價 급등에 ETF 투자 눈길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수요를 자극한 결과 천연가스 가격은 상승세가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헨리 허브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9일(현지시간) MMBtu(가스 열량 단위) 당 4.22달러였습니다.

글로벌 천연가스는 미국 헨리 허브, 유럽 TTF, 아시아 JKM 등에서 거래되는데 헨리 허브는 북미 시장의 가격지표입니다.

헨리 허브 가격은 지난해 3월 1.7~1.8달러 수준이었지만 1년 새 시세가 약 2.5배 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해 8월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취임 날인 지난해 11월 6일에는 2.75달러를 기록했죠. 지난 13일엔 3.89달러였던 가격은 17일 4.15달러로 4달러대를 돌파했고, 이후 4달러대에서 움직이는 상황입니다.

[로이터]
[로이터]

LNG 수입 가격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한국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겐 또 다른 투자 기회가 열린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미 증시에 상장된 ‘프로셰어스 울트라 블룸버그 천연가스(ProShares Ultra Bloomberg Natural Gas)’ 상장지수펀드는 최근 3개월간 64.14% 상승했습니다. 해당 ETF는 천연가스 선물 지수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형 ETF입니다. 레버리지가 없는 ‘미국천연가스(United States Natural Gas)’ ETF, ‘미국 12개월 천연가스(United States 12 Month Natural Gas)’ ETF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도 각각 33.40%, 31.65%에 달했고요.

국내 증시에서도 천연가스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의 수익률이 눈에 띌 정도였는데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1일 종가까지 ‘KB 블룸버그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의 수익률은 30.59%에 이르렀습니다. 해당 상품은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상승할 때 일간 상승률의 2배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이죠. 반면,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할 때 2배 수익을 내는 ‘KB 블룸버그 인버스2X 천연가스 선물 ETN(H)’은 -54.13%란 수익률을 기록하며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동안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예상보다 혹독했던 겨울로 천연가스 재고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AI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가동을 위한 에너지원으로써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죠.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LNG를 관세 전쟁을 위한 핵심 카드로 내세우면서 대미 무역 흑자국들이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검토하는 것도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겁니다.

[로이터]
[로이터]

석유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트레이더들은 미국 LNG 수출 증가로 수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트레이더들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방향에 베팅하고 있다“고 했죠.

EIA는 “1·2월 재고가 예상보다 많이 감소하면서 비축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올해 헨리 허브 천연가스 가격은 평균 4.2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내년 천연가스 평균 가격은 글로벌 수요 증가로 4.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도 내다봤고요.

美 LNG 수출 증가 따른 투자 포인트는 ‘바다’에

미국산 LNG가 전 세계로 더 활발히 수출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바다’입니다. 반드시 태평양, 대서양이라는 넓고 넓은 바다를 건너야만 미국산 LNG가 유럽, 아시아 등 대형 시장에 닿을 수 있다는 겁니다. ‘LNG선’에 대한 장기적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죠.

국내 조선사 수주의 핵심은 2025년에도 LNG선이 될 전망인데요. NH투자증권은 올해 글로벌 LNG선 발주량으로 예상되는 52척 중 한국 조선사가 수주할 것으로 보이는 수량은 44척에 이른다고 봤습니다. 정연승 연구원은 “2028년 슬롯만 판매하는 것을 가정한 수치”라며 “선가가 상승할 경우 상황에 따라서 2029년 슬롯도 수주할 수 있지만, 미국 내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봤죠. 이어 “장기 LNG선 용선료가 상승할 경우 노후선을 조기 폐선하고 신조선을 발주할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인 선대 교체 사이클도 기회 요인”이라고 봤죠.

트럼프 행정부가 힘을 싣고 있는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가 조기 완공될 경우에도 조선주엔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는데요. 조선·해운 전문 조사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사업은 2031년 완공을 목표로 20척 규모의 LNG선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평가됩니다.

LNG 수출 물량 급증에 대비한 전 세계 LNG 수출 터미널 확장 프로그램의 진행 속도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NH투자증권이 최선호주로 제시한 종목은 국내에선 한화오션, 해외에선 프랑스 기업 가즈트랑스포르&테크니가즈(GTT)입니다.

정연승 연구원은 한화오션에 대해 “글로벌 LNG 시장 확대와 한화 그룹 내 LNG 기업 투자에 따른 LNG선 수요 확보가 쉽다고 판단하며, 신규 인수한 다이나맥(Dynamac)에 기반한 해양플랜트 수주도 기대된다”면서 “기존 예상대로 2027년까지 이어질 실적 개선 사이클은 2028년 이후, 특수선 수주 결과에 따라 재차 확장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정연승 연구원은 GTT에 대해 “글로벌 LNG 및 극저온 가스 저장 설비 관련 기술을 보유한 GTT는 향후 LNG 시장 확대 과정에서 60% 이상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에비타) 마진율이 기대된다”면서 “80% 수준의 배당 성향을 갖고 있어 2025년 기준 8% 수준의 배당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밖에도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대동스틸, 하이스틸, 동양철관, 부국철강, 휴스틸, 세아제강 등 가스관 사업 관련주의 주가도 최근 들썩이는 중입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