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신동윤 기자 정리]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신동윤 기자 정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입니다. 박정희의 정책도, 김대중의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6월 4일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 취임 연설에서

지난 4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이 이끌게 된 대한민국 국민주권정부의 핵심적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유연한 실용정부’입니다. ‘진보’의 문제도, ‘보수’의 문제도 없다고 하면서 정책 결정에 있어 ‘탈이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인데요. ‘지금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선택하겠단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이념의 틀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미래를 주도하는 ‘성장’으로 이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입니다. 새로운 성장이 ‘진정한 민주공화국’, ‘함께 사는 세상’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2025년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년사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의 이런 의도와 달리, 유독 이념적 갈등의 골이 깊은 곳이 있는데요. 기후 위기 대응에너지 정책이 바로 대표적인 지점입니다. 탈(脫)탄소란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방향성은 일치하지만,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진보 진영원자력에너지의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는 보수 진영이 첨예하게 맞부딪히고 있는 것이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윤석열 정부의 ‘원전 올인’ 사이에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이 과정에 대한민국은 원전 생태계가 약화하며 국가 경쟁력이 후퇴한 동시에,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국제 캠페인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써야 함)’ 대응을 위한 적기마저 놓쳤단 걱정스러운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에너지 정책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것이 아니냔 우려도 커졌고요.

투자자들로서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전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주요 원전주(株)에 투자했던 동학개미(한국 증시 소액 개인 투자자)는 문재인 정부 동안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고요. 문재인 정부 당시 그린 청사진을 보고 신재생에너지주에 베팅한 동학개미는 윤석열 정부 내내 ‘버티기’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단 평가가 나올 정도의 상황이었습니다.

비상계엄의 결과물로 나온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탓에 이번 이재명 정부엔 인수위원회란 완충 지대마저 없었는데요. 그만큼 이번 정부 ‘에너지정책 롤러코스터’의 좌회전(신재생에너지) vs 우회전(원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죠.

신재생에너지 중심 사회行 특급열차 탑승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6월 4일 취임 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더불어민주당 정책 공약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 ▷RE100 실현을 에너지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죠. 기존의 ‘문법’ 대로 분류한다면 기본적으로 이재명호(號)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은 좌측 차로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재명 대통령은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AI 등 전력 다(多)소비 산업 육성을 위한 큰 그림을 반드시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대전제로 당연히 삼아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태양광·풍력 등의 보급은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산업단지와 일반 건물, 주차장 등에 루프톱 태양광을 확대하고, 수명이 다한 태양광 설비의 업그레이드(리파워링)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건물외장재에 태양광 발전 기능을 더한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Y)’을 통해 도심 속 분산 전원을 확대한다는 구상도 밝혔고요.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관련 주요 예상 정책. [유진투자증권]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관련 주요 예상 정책. [유진투자증권]

생활 곳곳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환을 꾀하는 동시에 새만금, 경기 남동부, 전라남도 등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는데요. 경기 남동부에 RE100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전남 RE100 산업단지도 조기에 구축한다는 계획이 구체적 방안입니다.

‘햇빛 연금(태양광)’, ‘바람 연금(풍력)’ 등 이익 공유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발굴해 주민 소득을 증가시키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용성을 강화하겠단 구상도 밝히기도 했죠.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 에너지 정책 중 하나로 꼽히는 것으론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도 있는데요. 2040년 완공을 목표로 전국에 해상 망을 구축함으로써 호남과 영남의 전력망을 연결하고, 동해안 해상 풍력까지 연결하겠단 구상입니다.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추진하고, 탄소중립 산업법을 제정해 전기차(EV),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 탄소중립 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겠다는 것도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내놓은 약속이죠.

이런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구조적 해법이 바로 ‘기후에너지부’ 신설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은 연계한 기후·에너지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삼겠단 복안이죠.

태양광·풍력株로 쏠린 돈

역시 가장 빠른 것이 바로 ‘돈’의 흐름입니다. 오랜 기간 이재명 대통령이 독보적인 1위 대권 주자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만큼, 집권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산업 재강화 호재가 일정 부분 주가에 선반영됐단 평가가 나오죠.

국내 증시 대표 태양광 관련주로 꼽히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 한화솔루션, 신성이엔지는 올해 들어서만 지난 5일 종가까지 주가가 각각 152.48%, 92.00%, 28.95%씩 올랐습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 4일 장중 ‘52주 신고가’를 찍기도 했고요.

투심은 풍력 관련주로도 쏠렸습니다. 풍력 발전용 터빈 생산업체인 유니슨의 주가가 올해만 117.02%나 올랐고,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독보적 1위 업체인 SK오션플랜트 주가는 같은 기간 54.62% 상승했습니다. 해저케이블 포설·시공사 LS마린솔루션의 주가도 올해 들어 38.27% 올랐고, 국내 풍력타워 전문 제조업체 씨에스윈드와 동국S&C의 주가도 연초 대비 각각 18.97%, 20.25%씩 솟았습니다.

정권 교체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는 점은 윤석열 정부 당시 종목별 주가 등락률을 살펴보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키웠어야 했는데, 반대로 전문인 수사를 대대적으로 하는 바람에 관련 업체들이 엄청나게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지난 1일 부산역 광장 유세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1일 부산광역시 부산역광장에서 유세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1일 부산광역시 부산역광장에서 유세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한 달 뒤(2022년 6월 10일)부터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2일까지 태양광주인 한화솔루션, 신성이엔지,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주가 등락률은 각각 -67.68%, -48.68%, -45.34%로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풍력주인 유니슨, 동국S&C, SK오션플랜트, 씨에스윈드의 주가 등락률도 각각 -74.77%, -63.12%, -51.15%, -28.52%에 그쳤고요.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석탄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통한 재생에너지 대체와 전력망, 전력기기 설치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관련 국내 업체들은 최소 5년간 달라진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iM증권]
[iM증권]

국내 증권가에선 이재명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태양광 대비 해상풍력 섹터의 상승 여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누적 보급 설비 규모 차이가 태양광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은 만큼 해상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나올 것이란 설명이죠.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기준 태양광 누적 보급 설비 용량은 28.2GW인 반면, 풍력은 2.3GW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안주원 연구원은 국내 해상풍력이 ▷터빈 ▷타워 ▷베어링 ▷하부구조물 ▷케이블 ▷설치선까지 전 밸류체인을 보유한 만큼 공급망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 지난 2월 국내 해상풍력 시장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해상풍력특별법이 내년 시행을 앞둔 만큼 국내 기업들의 풍력단지 개발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란 점도 호재로 봤습니다.

‘신재생+원전’ 에너지 믹스에 주목

얼마 전까지 통용됐던 이념에 따른 투자 ‘문법’을 적용한다면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대전환을 선언한 이재명 정부의 탄생과 함께 원전주엔 ‘적신호’가 들어왔단 판단을 하기 마련일 텐데요. 이번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른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발언 중 국민이, 특히 동학개미가 주목한 단어는 바로 ‘에너지 믹스(Energy Mix)’입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해 원전이 필요하나, 안 하나 이렇게 일도양단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에너지 믹스’가 필요합니다. 원전도 필요하고 재생 에너지도 필요하고 다른 에너지도 복합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재명 대통령, 5월 23일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집엔 사실 원전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는데요. 그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 시즌2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냔 의구심도 커졌었고요.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과 TV 토론 등에서 여러 차례 전력 생산 구조 속에서 원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단 평가를 받습니다.

‘원전의 재발견’이 이어지고 있는 국제 사회의 분위기를 인식한 이재명 대통령의 ‘현실주의자’적 감각이 발동한 것일까요. 이번 대선 기간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원전을 현실적으로 활용한다’는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노후 원전 수명 연장’까지 자기 입으로 명시적으로 밝히고 나섰습니다.

우리의 현실이 있기 때문에 이미 지어진 원전들은 계속 잘 쓰자, 그리고 가동연한이 지났더라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더 쓰는 것도 검토하자 이런 입장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5월 23일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물론, ‘원전 올인’ 전략을 썼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던 윤석열 전 행정부, 대선 경쟁자로 나섰던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원전은 싸고 안전하며, 재생에너지는 문제가 많다’는 주장과 비교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속 원전 비중은 크게 낮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원전이 위험한 에너지라는 점에 대해선 생각이 여전합니다. 원전 비용이 당장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싼 것은 맞지만, 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위험을 비용으로 환산할 때 엄청나게 비싼 에너지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로 가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 5월 23일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금 운영 중인 원전만으로도 2060년까지 쓸 수 있고, 그 사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림으로써 30%를 넘어선 원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게 이재명 대통령의 구상입니다. 여기에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적극 활용하자는 주장에서 알 수 있듯이 원전은 ‘기저전력’으로서 역할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현재 글로벌 10대 전력 소비국 중 대한민국은 프랑스(64.8%)에 이어 31.5%로 원전 의존 비율 2위를 기록 중입니다. 미국(18.6%), 러시아(18.4%), 캐나다(13.7%) 등에 비해서도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고요. 이웃 국가인 일본(5.6%)의 5.6배에 이를 정도죠.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공급하고 합리적으로 에너지 믹스를 추구하겠다는 방향 등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현재 계절에 따라 태양광이 과잉 공급되는 등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 초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원전 2기 건설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국가적 논란을 피하지 않을까 싶다”고도 덧붙였고요.

K-원전주 강세 이유는?

현실 속에서 원전이 필요하단 점을 이재명 대통령이 인정, 정책에 적극 반영한 것만으로는 최근 원전주의 강세를 설명하긴 부족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원전 섹터 ‘대장주’ 두산에너빌리티는 연저점을 기록한 지난 4월 9일 이후 지난 5일 종가까지 약 두 달 만에 주가가 127.79%(2만150→4만5900원) 상승했습니다. 종가 기준으로 ‘52주 신고가’죠. 최근 1개월간 주가 상승률도 58.55%에 이르렀고요.

이 밖에 원전 기술주의 강세도 계속됐는데요. 비이에치아이 주가가 최근 한 달 만에 32.92%(2만8250→3만7550원) 상승했고, 한국전력, 우진 등의 주가도 각각 14.42%(2만5650→2만9350원), 19.93%(8030→9630원)씩 올랐습니다.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가 펼쳐지는 상황 속에 국내 건설회사의 원전 시공 능력이 부각, 주요 건설주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현대건설의 주가가 최근 1개월간 63.46%(4만1600→6만8000원) 상승했고, GS건설 28.77%(1만8250→2만3500원), DL이앤씨 12.54%(4만3450→4만8900원), 대우건설 27.93%(3545→4535원) 등의 주가도 이달 강세를 보였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원전주에 중장기적 호재가 발생한 게 주가 상승이란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단 분석입니다.


① 글로벌 원전 시장서 대박 낸 ‘팀 코리아’

원전주에 투자금이 쏠리는 가장 큰 요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팀 코리아’가 미국·유럽의 원전 확대 기조에 올라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섰기 때문인데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중심이 된 ‘팀 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II 원자력 발전소(EDU II)와 신규 원전 건설 사업과 관련한 본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입니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 지역 원전 단지에 1기가와트(GW)급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2036년 첫 가동이 목표입니다.

투자 규모로는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체코 정부가 예상한 사업비는 25조원에 이르는데요. 이는 건설로 인한 금액만 따진 것일 뿐, 실제 경제적 이익은 더 클 것이란 평가가 나오죠.

공교롭게도 이번 낭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첫날 전해졌습니다.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계약 성사는 한국 원전이 사상 최초로 유럽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나아가 이번 계약을 발판으로 원전 종주국들이 포진한 유럽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단 평가도 나오고요.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들. [로이터]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들. [로이터]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6년 만에 이룬 이번 쾌거를 토대로 국내 원전 생태계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대외적 호재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원전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신규 원전을 더 짓는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습니다.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현재의 4배인 400GW로 늘리고, 신규 원자로 인허가 절차를 18개월로 단축한다는 게 골자죠.

러시아산(産)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는 데 집중 중인 유럽연합(EU) 각국도 그동안 방점을 두던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국내 원전주엔 긍정적 재료입니다. 올해 원전 가동을 중단키로 한 벨기에는 가동 연장에 더해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한다고 정책을 바꿨습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등도 원전 산업 부활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분위기죠. 지난 2017년 국민투표까지 거치며 ‘탈원전’에 나섰던 스위스마저 원전의 단계적 폐지와 재생에너지 개발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단 판단 아래 장기적인 원전 신규 건설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한국 원전 수출 경쟁력. [유진투자증권]
한국 원전 수출 경쟁력. [유진투자증권]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착공하겠다는 대담한 목표를 제시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실현된다면 국내 원전 밸류체인에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고요.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 “원전은 단순히 수요 증가 차원을 넘어 신재생에너지의 위치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노리는 중이며, 주가 흐름에 이런 분위기가 명백히 반영 중”이라고 짚기도 했습니다.

원전 및 금융투자업계에선 곧 열릴 체코 원전 계약 체결식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지에 주목 중입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지닌 분야를 세일즈할 수 있는 기회”라며 “직접 참석하기 힘들더라도 원전 사업을 정파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지도 중요 포인트”라고 평가했습니다.


② 이재명 대통령의 SMR 지원 의지

민주당은 재생에너지만 좋아하고 원전은 미워한다고 하는데, 경제는 이념을 떠나야 합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그것도 하면 되고, 연구·개발(R&D) 예산도 다 통과시켜 줬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5월 30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5월 30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JTBC 유튜브 채널 캡처]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5월 30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JTBC 유튜브 채널 캡처]

방사능 유출 우려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 SMR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당 기술에서만큼은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으로선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주)가 AI 데이터 센터 구축에 열을 올리는 만큼, SMR을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 가능성이 충분하단 계산이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SMR에 대해서만큼은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 관련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도 주목하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혁신형 SMR’(i-SMR) 기술개발 사업단은 2028년 표준설계 인가 획득, 2030년 건설 허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미 ‘팀 코리아’는 지난 1월 노르웨이·스웨덴과 각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한국형 i-SMR 도입을 위한 정보 공유, 후보 부지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등에 나선 상황입니다. 이보다도 앞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요르단 등과도 각각 MOU를 체결해 SMR 도입에 대해 협력 중이죠.

한편, 일각에선 아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실용주의·현실주의 노선을 걷는다 할 지라도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원전이 정부 내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전이 포함된) ‘에너지 믹스’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한 부정적 언급은 없으나,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전환이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중요도가 낮아질 개연성은 충분하다”면서 “원전과 관련한 관련 투자 결정 시 해외 밸류체인에 집중한 종목에 더 관심을 두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 초기 정책적 변동성이 큰 만큼, 원전주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는 해외 증시 관련주를 살펴보는 것도 합리적 판단이란 조언도 나옵니다. 대표 종목으론 미 증시 내 차세대 SMR 대장주로 꼽히는 뉴스케일파워가 있는데요.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뉴스케일 파워 주식 보관금액은 6억3980만달러(약 8679억원)에 이르며 26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