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AI 관련 기업 조달액 5000억달러…AI 빅테크 신규 부채 1조달러 전망
‘자금경쟁’ 美국채, 언제·어디서·얼마나 빌려야할지 계산해야 하는 처지
일반기업은 발행시점 조정하고 만기 줄이고…AI채권에 밀려 자금조달 비상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주식시장을 넘어 글로벌 채권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메타·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대규모 채권을 쏟아내면서다.
이들 AI 하이퍼스케일러가 글로벌 채권시장의 새로운 ‘큰손 차입자’로 떠오르면서 기업과 정부가 언제, 어디서, 얼마의 비용으로 돈을 빌릴지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AI 하이퍼스케일러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전 세계에 클라우드와 AI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을 뜻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AI 관련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약 5000억달러(약 678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아마존·알파벳·메타·MS·오라클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가 조달한 금액만 약 2000억달러다. 이들은 향후 수년간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1조달러(약 1357조원)가 넘는 신규 부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레그 피터스 PGIM 신용부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큰 흐름은 어디서든, 가능한 모든 곳에서 돈을 빌리겠다는 것”이라며 “시장에 쏟아지는 부채 규모는 역사적이다. 숫자 자체가 엄청나고 시장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올가을 AI 사업 확장을 위해 처음으로 유럽 채권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빅테크들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전 세계 채권시장을 돌며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6월 캐나다에서 140억캐나다달러(약 13조39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현지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불과 몇 주 전 알파벳이 세운 85억캐나다달러 기록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알파벳은 호주에서 55억호주달러, 스위스에서 31억스위스프랑을 조달하며 각각 현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영국에서는 더 이례적인 거래도 나왔다. 알파벳은 지난 2월 55억파운드 규모의 파운드화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 중 10억파운드는 만기가 무려 100년이다. AI 기술과 기업의 사업모델이 10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이 초장기 위험까지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터스 CIO는 “투자자들은 변혁적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담보 채권을 최대 100년 만기로 사고 있다”며 “100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위험 대비 보상이 좋은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파장은 국채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31조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시장과 자본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가운데, 정부의 막대한 국채 발행과 AI 기업의 자금 수요가 동시에 커지면서 ‘돈을 빌리려는 쪽’이 한꺼번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비슷한 우려를 냈다. ECB 직원들은 최근 “빅테크 차입 급증이 다른 기업과 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유로존 금융시장이 이처럼 크고 집중된 부채 유입을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AI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이 다른 민간기업을 밀어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 기업들은 오라클이나 아마존 같은 AI 빅테크의 발행 일정과 겹치지 않도록 시점을 조정한다. 같은 시기에 시장에 나오면 투자자들이 AI 회사채를 사기 위해 자금을 남겨두면서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채 공급이 넘치자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기업도 있다.
투자자들도 이에 맞춰 움직인다. 데이비드 브라운 누비거버먼 글로벌 투자등급 채권 공동대표는 “대규모 AI 채권 발행이 예정돼 있으면 우리는 분명히 준비한다”며 “다른 채권 매입을 미루거나 해당 발행물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AI 빅테크의 차입 열기는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구글·아마존·MS·메타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제시한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는 7450억달러에 달한다.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투자를 늦추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리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자금 조달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자금 흐름이 AI 생태계 전반을 촘촘하게 엮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업체와 데이터센터 운영사, 전력회사들은 공모채와 사모 신용시장에서 동시에 돈을 빌리기도 하고, 기업끼리 서로 자금을 대주기도 한다. 메타만 해도 본사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한편, 개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연계한 특수목적회사(SPV)를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한다.
이 때문에 연기금과 보험사는 특정 AI 기업이나 산업 전체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돈이 묶여 있는지 파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아폴로의 토르스텐 슬뢰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신용시장이 사실상 하나의 큰 전제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전제란 이들의 영업현금흐름이 현재 약 6000억달러에서 향후 2조달러까지 3배 이상 늘어난다는 기대다. 슬뢰크는 “이 전제가 현실화하지 않을 경우 AI 투자 열기가 식고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며 자본지출이 줄어들고, 미국 경제 성장까지 둔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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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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