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측 “내란죄 철회, 80% 철회”

각하 주장 펼쳤지만 헌재 고민도 안 했다

결정문 분량서 1.1% 할애, 간단히 일축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가장 뜨거웠던 감자는 ‘내란죄 철회’ 논란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 측은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며 장외전을 펼쳤지만 정작 헌법재판소 입장에선 고민거리도 아니었다. 재판관들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가 공개한 탄핵 결정문의 분량은 총 114페이지, 글자 수로 따지면 약 9만자에 달한다. 이중 ‘내란죄 철회’ 관련 부분은 단 1페이지, 글자 수로 보면 약 1000자에 불과하다. 단순 비율로 보면 전체의 1.1%다.

분량이 짧은 이유는 법적 쟁점이 간단하고,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재판관 일부의 보충의견도, 별개의견도 담기지 않았다.

▶尹 “내란죄 철회, 탄핵 각하해야” 논란 일었지만=‘내란죄 철회’ 논란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국회 측이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하는지 판단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윤 대통령이 헌법을 어겼는지만 판단해 달라는 요구였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철회는 탄핵소추서의 80%를 철회하는 것”이라며 당장 각하해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1월 긴급 기자회견에서 “내란죄 성립 여부가 중심인데 이걸 철회하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소추의결서 26쪽 분량 중 21쪽이 내란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걸 빼면 소추사유의 중대한 변경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이 장외전을 펼치며 크게 반발하는 바람에 국회 측 대리인단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야 했다. 당시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의 주장은 다분히 본질을 호도하는 표현”이라며 “비상계엄과 관련한 행위가 모두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사건을 예로 들었다. 국회 측은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교폭력위원회에선 퇴학이냐, 전학이냐 등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며 “폭행죄 성립 여부는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당시 헌재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전적으로 재판관들이 판단할 사항”이라고만 밝히며 말을 아꼈다.

▶헌재 “다른 법 규정으로 사실관계 판단 가능”=헤럴드경제가 탄핵 결정문을 분석한 결과, 재판관들은 윤 대통령의 주장을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간단히 일축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는 소추의결서에서 위반을 주장한 ‘법 규정의 판단’에 관해 구속받지 않는다”며 “청구인(국회)이 그 위반을 주장한 법 규정 외 다른 관련 법 규정에 근거해 탄핵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탄핵 심판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어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 법조문을 철회, 변경하는 것은 소추 사유의 철회,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관련 부분이 없었다면 탄핵소추안 의결의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가정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