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후 금의환향 천홍욱 관세청장, 불필요한 회의·야근·회식 줄이는 등 조직문화 혁신…‘눈뜨면 가고싶은 직장’ 만들기 추진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천홍욱(56) 관세청장이 삶의 지표로 삼고 있는 이 글귀는 중용(中庸) 23장이다. 행정고시 제27회 출신인 천 청장은 32년동안 줄곧 관세맨으로 살아 오면서 이 글귀처럼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한 걸음 한걸음씩 차분히 걸어왔다.

그의 정성담긴 작은 걸음들은 퇴직 이후 1년 2개월만인 지난 5월 25일 다시 관세 행정의 수장으로 발탁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천 청장은 ‘공직 생활을 마감한 후 국내 관세를 총괄하는 수장’으로 금의환향한 첫 사례다. 또 지난 2008년부터 8년동안 지속됐던 ‘관세청장=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라는 공식을 깬 내부 출신으로 천 청장의 어깨는 역대 청장들보다 무겁다.

그는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내부 출신 첫 청장으로 관세행정의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다”면서 “이는 또 다른 후배들에게 내부 승진의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천 청장은 2010년 기획조정관 근무 시절 4500여명의 직원 인사를 총괄하면서 ‘전자보직제도’(CDPㆍCareer Development Program)를 도입,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관리 체계를 구축해 후배들이 ‘가장 존경하는 상사 1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요, 인사는 ‘인권(人權)’으로 신중하고 공정성을 따지는 데 부족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뚜렷한 인사 철학을 갖고 있다.

천 청장은 2004년 혁신기획관 재직시에는 수출입 통관 및 여행자 통관 시간 단축 성과를 올려 당시 관세청이 정부 48개 부처 가운데 혁신부문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조선업계 불황으로 올해 여름휴가를 경남 거제로 다녀온 천 청장을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관세청이 ‘관세국경’을 지키며 국가재정 수입 확보와 대외무역 질서를 확립하는 ‘경제 파수꾼’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규정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핵심 주체이자 ‘경제영토’ 확장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도 관세청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생명줄 ‘수출’ 살리기에 관세행정 총력 천 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우리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관세청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 수출입기업 지원에 관세행정 역량을 최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한 수출입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체 교역에서 FTA 비중이 68.5%에 달하는 현재, FTA는 선택이 아닌 필수 입니다. 무역전쟁의 승자는 FTA의 체결을 넘어 효과적인 활용 여부로 결정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수출기업이 FTA를 몰라서, 불편해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기존의 수출입기업 지원 방안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기업ㆍ국민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진단해 한 단계 더 진화된 기업지원 체계를 만들 것입니다.”

무엇보다 천 청장은 FTA 활용률이 낮은 중소기업의 지원 방안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의 FTA 활용률 제고방안으로 ▷수출입기업지원센터 운영(맞춤형 FTA 컨설팅 지원) ▷원산지관리시스템(FTA-PASS) 개발 후 무료 보급 ▷전문인력 양성 및 해외통관애로 해소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수출 중소기업의 지원은 현장에 귀로 들음으로써 마음을 얻는다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로 임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정성을 다해달라는 주문인 셈이죠.”

천 청장은 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추세로 인해 국내 기업이 비관세 장벽으로 통관애로사항을 겪는 사례가 증가할 것을 대비, 실용적 관세외교를 펼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흥국 중심 관세청장 회의 확대와 중견 및 중소기업 대상 현장 간담회, 해외통관제도 설명회 및 1대1 맞춤형 컨설팅 개최 등을 추진한다. 통관분쟁에서 현지 관세당국과 접촉ㆍ해결이 가능한 관세관도 충원할 방침이다. 관세관은 현재 8개국 11개 도시에 파견돼 있는데 앞으로 중국 칭다오, 인도, 러시아 등 3개 지역에 추가로 파견할 예정이다.

▶4세대 유니패스, 세계 관세ㆍ물류 시스템 표준 선도 2016년 4월 23일 토요일 오전 10시. 지난 3년 동안 총 사업비 1744억원을 들여 개발한 4세대 유니패스가 새롭게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새로 가동한 전자통관시스템을 4세대 유니패스라 부르는 것은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이 이에 앞서 세 단계를 거쳐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1974년 무역통계 등 전산처리(BATCH)를 위해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1세대를 시작으로, 1994년 EDI(전자문서교환시스템) 방식의 2세대, 수출입 관련 신고를 원스톱화한 3세대 유니패스로 발전해 왔다.

특히 EDI는 천 청장이 서기관 근무시절에 정부 부처 최초로 구축한 시스템이다. 3세대 유니패스는 성능과 안전성 면에서 세계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2005년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2015년 대한민국 전자정부 사상 최대 규모 수출을 기록한 카메룬까지 총 10개국에 총 3억3560만달러 규모의 수출을 달성했다.

또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의 성과로 이르면 다음 달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556만불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특히 20여년 동안 축적된 3세대 유니패스 노하우에 신기술이 더해져 더욱 강력해진 4세대 유니패스는 앞으로 우리나라 전자정부 최대 수출 품목으로 세계 관세·물류 시스템 표준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4세대에서는 금융결제원 전용망과 직접 연계를 통한 관세청 전용 납부 체계를 구축해 납세자가 전자 고지, 납부 내역 조회, 제세 납부 등 징수 관련 서비스를 24시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4세대는 해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자통관서비스 수출시장에서 경쟁 우의를 선점, 전세계 행정 한류전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보고 없애는 효율적 운영…조직문화 대대적 쇄신 역점 취임 80여일을 맞는 천 청장은 불필요한 회의과 보고를 없애고 직원들의 관성적인 ‘야근’ 또한 줄이는 등 조직의 효율적 운용을 실천하고 있다.

“오늘날 조직 경쟁력의 무게중심이 양(量)에서 질(質)로, 자원에서 지식으로, 근면에서 창의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강이 바로 세워진 가운데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조직문화가 공존하는 관세청을 만들고 싶습니다.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불필요한 회의와 보고를 없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천 청장 취임 이후 관세청 내부 모습 가운데 가장 달라진 것은 퇴근 이후 사라진 술자리다. 그는 고강도 음주 폐단 쇄신책을 내놓았다. 상습ㆍ과다 음주자나 음주습관이 불량한 이는 보직에서 배제하고 승진도 누락시켜 공직사회에서 도태시키겠다는 취지다.

천 청장은 지난해와 올해 불거진 고위 간부의 막걸리 음주 후 회의 불참, 부하 직원 향응 접대 의혹 등과 관련해 취임 직후 간부회의에서 구두 금주령을 강력히 주문한 바 있다. 천 청장의 이번 조치는 음주문화를 조직적 차원에서 꼼꼼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 5년간 관세청 직원들의 비위행위를 분석한 결과, 징계처분 72건 중 음주 관련 비위가 57건으로 80%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음주운전은 34건에 달했다.

“관세청은 최근 3년 연속 공직복무관리평가 1위를 차지하는 등 청렴한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음주 및 일부 직원들의 금품수수 등 기관 위상을 실추시키는 비위 행위가 발생해 고강도 공직기강 확립이 필요하고 생각했습니다.”

관세청은 앞으로 상습ㆍ과다 음주자, 음주습관이 불량한 직원은 주요 보직에서 빼고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음주가 포함된 식사, 행사를 업무추진비, 동호회 지원금 등으로 한 경우도 환수하거나 삭감하기로 했다. 회식에 강제로 참석하게 하거나 술을 강권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음주로 인한 비위는 중대사안으로 간주해 직위해제, 문책인사, 성과급 미지급 등으로 징계수위를 대폭 높이고 관리·선임자도 연대 책임을 묻기로 했다.

▶눈뜨면 가고픈 직장, 월요일 출근이 기다려지는 직장 만들기 2020년 관세청은 개청 5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앞두고 천 청장은 마스터 플랜을 만들고 있다.

“관세청은 대외교역 급증, 국제범죄 다양화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재정수입 확보, 국민건강과 사회안전 보호, 무역 원활화 지원 등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고 행정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중장기 관세행정 미래발전전략’을 수립, 해마다 역점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정한 후 실행하고자 합니다.”

또 천 청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사안이 ‘눈뜨면 가고 싶은 직장, 월요일 출근이 기다려지는 직장 만들기’다.

“직원들이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GreatWorkPlace+ 캠페인(조직문화 개선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직장문화 조성과 함께 비정상적인 관행과 부조리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6개 분야를 중심으로 조직문화 개선운동을 추진할 것입니다.”

천 청장이 강조한 6개 분야는 ▷2C(Cleanㆍ청렴) (Communicationㆍ소통) ▷4P (Prideㆍ자긍심) (Processㆍ업무효율성) (Professionalismㆍ전문성) (Placeㆍ근무환경)다.

정리=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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