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여성 선수는 전체 선수단의 약 45%. 첫 근대올림픽이 열린 1896년 여성 선수의 비율은 25%에 그쳤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여성 선수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555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미국 대표팀에선 여성 선수의 숫자(292명)가 과반을 넘었다. 한국에서도 204명의 선수 중 여성 선수는 101명이 출전했다. 리우올림픽에선 ‘여풍’이 불고 있다는데, 국내 방송사의 중계는 전근대적이다.

리우올림픽 개막 6일차,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여성 선수들을 선수로 바라보지 않고 여성으로 대하는 시각이 고스란히 투영된 발언들이다. 선수들의 기량과 경기 해설에 집중해야할 중계에서 다양한 성차별, 성희롱 수준의 발언이 쏟아지고, 외모 평가까지 별책부록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치러진 유도 여자 48kg급 경기. 전기영 SBS 해설위원은 난데없이 나이를 언급했다. 정보경 선수의 상대인 베트남 반 응옥 투 선수를 소개하며 “스물여덟이면 여자 나이론 많은 나이”라고 말해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같은 날 여자 유도 48kg급 중계에서도 문제가 되는 발언이 등장했다. 김정일 캐스터는 세계 랭킹 1위 몽골 우란체제크 문크바트 선수에게 “보기엔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르는 선수”라는 표현으로 시청자를 거북하게 했다. 최승돈 KBS 아나운서는 여자 펜싱 에페 8강 경기에서 최인정 선수를 두고 “저렇게 웃으니 이인대회 출전한 선수 같다”고 말했고, 이타리아 피아밍고 선수의 약력을 소개하며 “서양의 양갓집 규수 같다”고 했다.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선수들의 외모와 약력으로 품평하는 모습이다. 에페 경기에 출전한 여자선수가 굽은 칼끝을 장비로 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자 “여성 선수가 철로 된 장비를 다루는 것을 보니 인상적이다”라는 성차별 발언도 나왔다. 9일 여자 유도 63kg급 32강 중계에선 “여자 선수, 여자에게는 그날의 컨디션이 중요하다”는 발언까지 나와 시청자들을 들끓게 하고 있다.

상식을 넘어서는 발언도 중계 도중 쏟아졌다. 지난 6일 치러진 여자 유도 48㎏급 경기 중계에서 한성헌 KBS 한상헌 상대 여자 아나운서에게 “체중이 48㎏ 이상급인가요 이하급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더니“(상대 아나운서가) 분명 48㎏ 이상일 텐데 정보경 선수는 48㎏ 이하급”이라며 “정보경 선수도 실제로 보면 굉장히 가녀린 소녀일 것 같다”는 발언까지 뱉었다. 7일 비치발리볼 여자 예선 경기에서의 발언도 문제가 됐다. 한상헌 아나운서는 중계 도중 “해변에는 여자와 함께 가야 한다”,“해변엔 미녀가, 바닷가엔 비키니”라며 성희롱 수준의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외모 평가도 비일비재하다. SBS는 8일 수영 여자 배영 100m 예선 1조 경기에선 1위를 차지한 13세 네팔 선수 싱에게 노민상 해설위원이 “박수 받을 만하죠, 얼굴도 예쁘게 생겨가지고”라며 선수의 얼굴을 평가했다. 같은 날 여자 57kg급 유도 경기에서 김정일 SBS 해설위원은 김잔디 선수에 대해 “이 선수가 신인 때 이름이 예뻐서 눈여겨 봤던 기억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림픽 개막 일주일도 되지 않아 쏟아진 막말 중계에 시청자도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성 발언들을 모아 공식 항의를 하겠다고 의사를 모으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아카이브 제작자인 트위터 유저 ‘주단(@J00_D4N)’은 지난 7일 “중계진의 부적절한 발언을 직접 들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린다”며 인터넷을 통한 공동 편집이 가능한 문서를 올렸다. 현재 이 글은 5450명에게 리트윗됐다.

한 방송관계자는 “스포츠 중계의 경우 경기 중간이나 앞뒤로 여유시간이 있는 경우도 있고, 경기 하나가 길게 이어지는 경우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는데 그 때 도를 넘어선 발언들이 나오는 것 같다”라며 “과열된 중계경쟁 탓도 있지만 성차별이라는 인식이 없는 경우도 있어 자성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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