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민간부채 양상 일본과 흡사
급격하게 추락하는 한국 잠재성장률
초고령화·민간부채 문제 개혁 못 하면
일본 ‘버블’ 똑같이 답습하게 될 수도
![잠재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민간부채는 일본의 버블 시절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사진은 공원에 앉아 있는 노인 [게티이미지뱅크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6/06/news-p.v1.20250419.6f3293ec13b74fbf911ce0a1712c0c28_P1.jpg)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재도약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국내외 유력 기관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번 경고는 특히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실제로 급격하게 하향 조정하면서 나왔다.
한국은행은 초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며 만약 지금 구조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결국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수 있다고 연신 경고했다. 민간 가계부채가 이미 일본의 버블 시절만큼 커졌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은은 지난달 29일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1.5%에서 0.8%로 석 달 만에 0.7%포인트나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우리나라가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0.8%) 수준밖에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은이 연간 전망치를 0.7%포인트 넘게 조정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지난 2020년 8월(전망치 -0.2%→-1.3%)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내년만의 문제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저성장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국가의 최대 성장 능력치인 ‘잠재성장률’ 자체가 곤두박질치면서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으로 더 이상 경기를 부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3%를 오르내리던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최근 1%대로 낮아졌다. KDI가 추정한 2025∼2030년 잠재성장률은 1.5%였다. 총요소 생산성 하락 등이 반영되면서 2022년 당시 전망(2023∼2027년 2.0%)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내 기관만의 경고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내년 한국 잠재성장률 추정치(1.98%)도 2%를 밑돌았다. 2017∼2026년 1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 낙폭은 1.02%포인트(3.00→1.98%)로 잠재성장률이 공개된 37개국 중 7번째로 하락 폭이 컸다.
즉, 우리나라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최적 성장률이 고작 1%대에 불과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관세 위기가 끝나더라도 과거와 같은 경제 재도약은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때 잠재성장률이 5%를 웃돌며 고속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 경제가 이 정도로 추락한 이유는 기술 혁신의 부재와 저출산·고령화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2019년 정점(3763만명)을 찍은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경제 성장의 연료인 노동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日과거와 같은 전철 밟고 있어…장기침체 우려
일본의 과거와 매우 비슷한 흐름이다. 한은이 발표한 ‘일본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버블 붕괴 시기부터 출산율 저하와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 투입이 줄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했다.
일본이 만일 인구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2010년부터 인구가 줄지 않았다면 2010~2024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고 결국 잃어버린 30년에 갇혀 경제 성장을 더 이루지 못했다.
민간부채도 일본의 버블 때와 상황이 같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는 2023년 207.4%로, 일본 버블기 최고 수준(1994년의 214.2%)에 가깝다.
일본은 버블 붕괴 후 자산시장과 연계된 부채가 연쇄 부실화하면서 은행 위기로 이어졌고,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업이나 좀비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자원배분 왜곡이 발생했다.
한은은 이에 초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한 실질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은 물론 인구 감소에 당장 대응할 수 있는 외국인 인력 확대 등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유휴 인력의 생산 참여 확대, 혁신 지향적 교육 투자 강화 등으로 노동력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라며 “외국인 노동력을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버블 때만큼 커진 민간부채에 대해서는 “정밀한 거시건전성 규제 운용, 통화정책과의 공조 강화, 가계부채 관리 기조 견지, 신속·과감한 구조조정 등으로 부채 비율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