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타슈켄트 무역관을 지나 쭉 뻗은 대로를 따라 시내 반대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양기 우즈베키스탄 공원’이 나타난다. 우즈베크 국민의 새로운 나들이 장소로 주목받고 있는 이 공원은 우즈베키스탄 독립 30주년을 기념해 조성됐다.

1991년 12월 26일 소련이 공식 해체되면서 우즈베키스탄은 완전한 독립 국가가 되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슬람 카리모프의 통치 아래에 우즈베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으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정권은 세계 시장으로부터의 고립을 불러왔다.

카리모프 대통령이 장장 26년의 장기 집권 후에 서거하자 당시 총리였던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가 우즈베키스탄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새로운 우즈베키스탄’(Yangi Uzbekistan)을 만들기 위해 취임 후 대대적인 개혁을 시행했다. 그는 경제 개방을 위해 환율 자유화, 국영기업 민영화를 추진했으며, 인권 개선을 위한 강제노동 축소, 정치범 석방과 같은 행보를 보였다.

또한 2023년 9월에는 새로운 우즈베키스탄을 향한 강한 의지를 담아 ‘우즈베키스탄 2030’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자유롭고, 번영하며, 강하고 새로운 우즈베키스탄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 제공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수자원 및 환경 보호 ▷법치 확립 및 국민 위주의 정치 ▷안전한 국가라는 주요 5대 과제로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도드라지는 분야는 경제 분야다. 우즈베키스탄은 2021년부터 매년 5% 이상의 꾸준한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외국 자본 및 기술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우즈베키스탄 상공회의소 산하 ‘해외 금융시장 진출 지원 센터’가 설립됐다.

또한 2025년 300억 달러 수출 목표를 세우고 수출 증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례로 타슈켄트주에 의료 클러스터를 조성해 입주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나망간 지역에는 섬유 클러스터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러한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외국 브랜드와 협력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수출을 확대하려는 계획이다.

미르지요예프의 뚝심 있는 개혁은 소련 해체 이후 정체돼 있던 이 나라의 시간을 움직이게 했다. 코로나라는 시련이 훑고 지나간 후, 나라는 빠르게 변화했다. 내수 시장이 성장했고, 외부 자본이 물밀듯 들어왔으며 온 나라에 공사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에는 아직도 여러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도시 중심 급격한 발전으로 인한 지역 불균형, 빈부격차 심화, 보건·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낙후된 공공 인프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과제들은 개발 프로젝트로의 발전 가능성을 가진다.

동서를 잇는 비단길이자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인 우즈베키스탄은,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러-우 사태로 인해 주춤한 러시아를 보완할 주요 지역이자, 중앙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해내며 우리가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멀리 뻗어나가게 해줄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미르지요예프의 정권이 제안하는 ‘새로운 우즈베키스탄’을 우리가 놓치지 말고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이다.

한정선 코트라 타슈켄트 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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