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상장 이후 3일간 270% 폭등
ETF 출시 논의 “가상화폐 수요↑”
한은, 7월 콘퍼런스 ‘신중 접근’ 강조
글로벌 2위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Circle)이 상장 이후 3일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아직 최종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상장인 만큼, 스테이블코인 산업이 제도권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면서 정부도 정책 논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서클은 전 거래일보다 7.01% 급등한 115.2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일 상장 이후 3거래일간 모두 270% 폭등했다. 이에 시총도 279억달러로 불어났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스테이블코인의 양대 산맥인 USDT를 발행하는 테더와 USDC를 발행하는 서클이 과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에선 서클의 상장을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이뤄진 상장으로 기술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를 높였다”며 “서클은 사실상 유일하게 스테이블코인 관련 익스포저를 제공하는 종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클을 담은 ETF가 출시되면 투자자들은 주식 계좌를 통해서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실제 USDC 시가총액은 작년 초 300억달러를 밑돌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600억달러를 돌파하며 2배 넘게 증가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향후 서클의 실적은 ▷USDC 시가총액 성장 ▷마케팅 등 비용 통제 ▷미국 단기금리 방향 등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이번 상장은 국내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유통만 확대되면 글로벌 금융 생태계에서 원화는 소외돼 가치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국내 최대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 시절 내놨던 원화 스테이블코인 육성 방안이 알려지면서 시장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김 실장은 불과 열흘 전인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은행뿐 아니라 민간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가 되는 ‘한국형 구조’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고 5억원 이상 자기자본금을 충족한 한국 법인이라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한은은 섣부른 제도 설계와 도입은 법정통화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분위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한은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비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자본규제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갈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한은은 다음 달 1일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열고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무분별하게 허용했다가 투매(코인런)가 발생할 경우 원화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iM증권 리서치센터는 “여당과 달리 한은은 통화주권 등을 근거로 은행에 한정하여 스테이블 코인 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핀테크 등 비은행기관에도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허용할지 여부가 관건일 것”이라고 했다. 유혜림·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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