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 유료 사용자에 ‘선호 키설정’ 시범 도입

[챗GPT를 통해 제작한 이미지]
[챗GPT를 통해 제작한 이미지]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틴더가 드디어 ‘숏킹(shortking·키 작은 남성)’들에 전쟁을 선포했다.”

세계적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틴더가 유료 사용자들에 선호하는 상대방의 키를 미리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필터링 기능을 시범 도입하면서 갑론을박이 뜨겁다.

선호 키를 설정하면 키가 작은 남성이나 키가 큰 여성들은 원하는 상대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반대 의견과 함께 본인의 이상형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옹호론이 맞서고 있다.

유저들 “키 때문에 불이익 느낀 적 많아”

세계적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틴더. [게티이미지]
세계적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틴더. [게티이미지]

영국 BBC 방송은 9일(현지시간) 틴더가 유료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상대방의 키의 범위를 미리 설정해 매칭을 세분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사용자가 선호하는 키가 아닌 상대가 매칭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틴더 측은 전했다. 현재 이 기능은 일부 국가에서만 시범 도입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틴더의 새로운 필터링 기능을 두고 흥미로워하는 반응부터 격한 반발까지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신의 키가 175cm라고 소개한 영국 국적의 남성 맷 힐(28)은 BBC에 “영국 남성들 사이에선 평균 키에 속하지만 온라인상에서 많은 이들이 이보다 더 큰 키를 선호해 불이익을 느낀 적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틴더에서 시범 도입한 새 기능. 사용자 선호하는 키 범위를 설정해서 선호 범위 안에 드는 상대와 만날 가능성을 높인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틴더에서 시범 도입한 새 기능. 사용자 선호하는 키 범위를 설정해서 선호 범위 안에 드는 상대와 만날 가능성을 높인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키가 큰 여성들 사이에서도 틴더의 새로운 기능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온라인 데이팅 애플에 대해 연구하는 애리조나 주립대 리젤 샤라비 교수는 “키가 작은 남성들이 앱에서 실제로 불리한 처지에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키 큰 여성들 역시 키 필터 때문에 매칭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개인이 선호하는 키를 노출시킴으로서 오히려 키가 작은 남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런던에서 거주하는 베스 맥콜(31)은 틴더의 키 필터링 기능이 “오히려 키가 작은 남성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다”며 “오직 키가 큰 남자만 만나고 싶어하는 여성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남녀 성 규범 강화” 비판…틴더 “구체적 상대 찾기 위한 노력 일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샤라비 부교수는 “데이팅 앱은 우리가 이성의 키에 집착하는 경향을 더욱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틴더에 키를 설정하지 않아도 되던 시절에도 사용자들은 본인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고자 프로필에 키 정보를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남성의 50%가 데이팅 앱을 사용한 반면 여성은 37%에 불과했다. 원하는 상대방을 고를 때 여성이 남성보다 데이팅 앱에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샤라비 부교수는 “키 큰 남성을 선호하거나 작은 키의 여성을 선호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선호도는 사회적으로 형성된 성 역할 규범에 강화시킨다”며 “결국 이런 키 선호도는 ‘남성은 강하고 지배적이며, 여성은 작고 섬세해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키 하나로 상대를 평가하게 되면, 내면이 매력적인 상대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틴더 측은 BBC에 “명확한 목표를 잡는 것이 요즘 현대인들의 추세”라며 이번 기능이 “사용자들이 더 의도한 상대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시범 기능이 영구적으로 자리잡는 것은 아니다”며 이런 설정들을 통해 “사용자가 앱에서 얼마나 더 유의미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부연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