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OOO 로씨야 사람들’.
북한에 러시아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선중앙TV는 지난 1년간(2024년 7월 2일∼2025년 7월 3일) 105편의 ‘국제생활’ 프로그램을 송출했다. 이 프로그램은 보통 화·목·일요일 오전 11시 전후로 방영되는 해외 문화 소개 코너다.
지난 1년간 방영된 ‘국제 생활’ 105편 중 제목에 ‘로씨야’(러시아)가 포함된 경우는 총 35건(재방송 포함). 전체의 3분의 1이나 됐다.
러시아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공예품들을 발전시켜나가는 로씨야 사람들’, ‘로씨야의 전통적인 차 축전’, ‘로씨야의 여러 지역을 찾아서’, ‘문화유산을 귀중히 여기는 로씨야 사람들’ 등이다. 이러한 내용이 여러 차례에 걸쳐 재방영을 반복했다.
제목에 러시아가 들어가진 않았지만 바이칼 호수 등 러시아의 관광 명소를 다룬 프로그램까지 포함하면 40여편이 러시아와 관련된 프로그램이었다.
2023년 7월 1일∼2024년 6월 30일 국제생활 108편 가운데 러시아를 전면에 다룬 건 28편이었다. 2022년 7월 1일∼2023년 7월 2일 국제생활 61편 중 제목에 러시아가 들어간 건 4편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한 이후 북한TV에 러시아 문화 소개가 잦아진 것으로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사상자가 대거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대한 내부 불만과 반감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 문화 프로그램을 늘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 K-콘텐츠 인기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대안으로 러시아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 당국은 2020년 말 한국 영상물 시청자에게 최대 징역 15년 형을 선고하게 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며 고삐를 조이고 있다. 최근엔 북한이 한국 드라마나 가요 유포시 공개 처형을 하고 외부 문화 유입을 막기 위해 이모티콘까지 통제한다는 탈북민 증언도 나왔다.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는 25일 중구 글로벌센터에서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간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 행사에 참석한 김일혁 씨는 “제가 알고 지내던 22세 남자애는 남한 드라마 3편과 K팝 노래 70여곡을 유포했다는 죄로 공개총살을 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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