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기업(외투기업) 상당수가 한국의 노사관계를 ‘대립적’이라고 평가하고, 고용 조정과 근로시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외투기업 43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 기업의 57%가 한국 노사관계를 ‘대립적’이라고 답한 반면 ‘우호적’이라는 응답은 7%에 그쳤다. 협력보다는 갈등 이미지가 강한 한국의 노동시장 현실이 국제 투자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외투기업의 81%가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 시 한국의 노사 환경을 매우 중요한 고려 요소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특히 13%는 근로시간 규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 강화된 노동 규제로 인해 한국 내 사업 철수나 축소를 검토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외투기업 폐업률이 3.2%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들 기업은 한국 노조 문화의 문제점으로 ‘상급 노조와 연계한 정치파업’(35%), ‘사업장 점거 등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파업 행태’(26%),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적 활동’(18%) 등을 지적했다. 노사 갈등과 투쟁 일변도의 노조 관행이 기업 경영을 불안하게 만들고, 장기적인 투자 유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국제경쟁력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7계단 하락한 27위를 기록했는데, 기업 효율성 부문은 무려 21계단이나 떨어졌다. 특히 노동시장 부문은 31위에서 53위로 급락했다. 노동 유연성 부족, 연공 중심 임금 체계, 만성적 노사 갈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처리를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법안을 더 완벽하게 다듬기보다는 속도감 있게 처리하는 것이 낫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고, 사용자 측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정치파업이나 사업장 점거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사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고용과 투자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노사 문제는 개별 기업의 이해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다. 지금 한국 기업들은 밖으론 미국의 통상 압박, 안으론 상법 개정과 각종 규제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주요국들이 규제를 완화하며 기업 활력을 높이고 있는 반면, 우리는 오히려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외투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의 이탈도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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