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제조업 현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 공급망 리스크,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겹치며 전 세계 제조 구조가 재편되는 가운데 지역 단위 가치사슬(RVC)의 중요성이 커졌다.

MENA 지역은 이러한 전환 속에서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역할이 부각되면서, 산업 다각화와 제조 자립을 위한 전략적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을 통해 에너지 중심 경제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전환을 추진했고, 아랍에미리트(UAE)는 ‘산업 4.0 전략’으로 인공지능·로봇 기반의 스마트 제조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튀르키예는 유럽·중동·중앙아시아를 잇는 중심지로서 제조업 현지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제조 협력 관계 구축, 현지 진출, 제3국 공동 진출 등 여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MENA 지역의 제조업 현지화는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청년 고용 창출, 공급망 자립, 기술 내재화 등의 흐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특히 튀르키예는 방위산업의 자국 조달률 80% 달성, 자국 전기차 및 차세대 전투기 개발 등으로 현지 제조 역량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영국·일본·이탈리아·대만 등 주요국도 MENA 지역에서 생산 거점 확보와 기술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은 튀르키예를 유럽 시장 진출의 생산기지로 삼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드론 공동생산 추진을 통해 첨단 항공산업 협력을 확대 중이다. 대만은 전자부품 공급과 소재기업 투자를 통해 공급망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 역시 MENA 지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튀르키예를 생산·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며 연간 24만대 이상을 생산, 대부분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부품·소재 기업들은 르노·포드 등에 강판과 차체를 공급하고 있으며,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튀르키예 차세대 전투기와 알타이 전차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기술 협력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인프라 부족, 복잡한 규제, 경쟁 심화 등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핵심 산업별 공급망 연계 전략, 산업 특화 진출, 연구·개발(R&D) 및 인재 양성 협력 확대, 제3국 동반 진출 등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방산 분야에서는 기술이전과 공동개발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 항공산업에서는 엔진 정비, 기체 부품 공급 등 다각적 협력이 가능하며, ICT 기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역시 유망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력 기반의 공동 생산 및 현지화 전략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대만 등 주요국 기업들도 현지 거점을 활용해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현지 밸류체인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 튀르키예·UAE·사우디아라비아 등과의 공동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 제3국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전략도 모색할 수 있다.

이처럼 제조업 현지화 흐름이 본격화되는 MENA 지역은 한국 기업에 있어 단순한 수출 대상이 아닌, 생산과 기술 협력을 통한 장기적 파트너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하는 제조 지형 속에서 선제 대응과 현지화 전략이 곧 새로운 기회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이요섭 코트라 이스탄불 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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