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 생태계가 지난 10년간 위축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가 2016년 43명에서 2023년 40.7명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2017년 13.6%에서 2024년 17.1%로 치솟았다. 한계기업의 생산성은 정상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생산성이 이렇게 계속 떨어진다면, 산업 전체의 체력은 자연스럽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마저 감소하고 있다. 종업원 50~299명 규모 기업 수가 2014년 1만60개에서 지난해 9508개로 줄었다. 한국 산업 구조가 점점 소규모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이 쑥쑥 커가지 못하고 얼마간 자라다 성장이 멈추거나 말라가는 상태로 기업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산업의 허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 핵심 원인은 바로 기업 성장 과정에서 규모를 키우는 ‘스케일업(scale-up)’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데에 있다. 스케일업은 초기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혁신 기업이 시장 검증을 마친 뒤, 규모를 확대하고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추도록 돕는 과정이다. 생산성을 높일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고, 우수 인재를 확보해야 다음 단계 성장이 가능하다. 이 과정이 없으면 소규모 기업에 머물거나 사업성이 점차 떨어져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우리 경제 성장동력이 약화된 배경과 무관치 않다.
지금까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창업 지원에 나섰지만 지속적으로 키우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한정된 정부 재정과 공공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성장성과 혁신성을 갖춘 몇몇 기업을 선택·집중 지원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민간자본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선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을 현실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해 민간 자본의 주도적 역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일반 지주회사의 자산운용사 설립·운영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에 대한 외부자금 출자 한도, 해외 투자 규제 완화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투자와 멘토링, 인프라 제공 등을 통해 혁신기업을 성장시키는 구조를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이야 말로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온갖 규제와 간섭으로 기업을 옥죄기보다 신나게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기업을 잘 활용할 길을 찾아야 한다. 기업 역량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에 우리만 거꾸로 가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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