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플랫폼시장은 2000년대 초반 전체 유통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으나, 2024년 기준 약 310조원 규모로 성장해 세계 5위권 전자상거래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최근 입법 추진 중인 일명 ‘온라인플랫폼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에 포함된 ‘입점업체 단체의 집단적 교섭권’ 규정은 애초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법적·경제적 부작용이 크고, 해외 입법례와도 괴리된 측면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행 경쟁법체계와 맞지 않는다. 공정거래법은 동일 거래단계 사업자들의 공동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그런데 입점업체 단체가 수수료·광고료·정산조건을 집단적으로 요구한다면 이는 사실상 담합행위를 합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 또 본래 단체교섭권은 헌법상 근로3권에 기반해 노동법에서 인정되는 제도다. 플랫폼 입점업체는 노동자가 아닌 독립된 사업자다. 이들에게 노사관계형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법체계상 이질적 결합이며 불필요한 법적 혼란을 낳는다. 집단교섭이 거래조건을 경직적으로 규율하면, 플랫폼은 새로운 수수료 체계나 서비스 모델을 실험하기 어렵다. 그 피해는 입점업체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다수 입점업체가 복수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현실에서 특정 단체가 교섭을 주도하면, 거래조건이 획일화되면서 사실상의 담합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자본시장과 지배구조 리스크다. 상장 플랫폼에서 수수료·광고상품·정산조건 등이 집단교섭으로 수시로 변동된다면 이는 공시대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시 누락·선별공시 리스크가 발생하고, 한층 강화된 이사의 선관·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주주대표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집단교섭을 통해 정산주기 단축이나 수수료 인하 요구가 현실화되면 운전자본이 급격히 악화되고, 차입계약 위반·신용등급 하락·금융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자본시장 안정성 자체를 흔드는 연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플랫폼 규제강도가 가장 강하다는 유럽연합(EU)에서도 디지털서비스법(DSA),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플랫폼의 투명성과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입점업체에게 노동조합식 집단교섭권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미국 역시 반독점법(antitrust law) 체계 속에서 플랫폼의 경쟁 제한 행위를 규율할 뿐, 사업자 간 공동교섭을 합법화하는 입법례는 없다. 일본의 ‘온라인플랫폼 투명화법’에서도 집단교섭권 인정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더 나아가 현행 법안은 이미 공정거래법 등 기존 일반법 체계에서 규율 가능한 사안을 중복 규제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에만 실질적 부담을 주는 구조다. 모든 플랫폼을 일률적으로 ‘우월적 지위’로 전제하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물론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협상력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해법은 거래조건의 투명성 강화, 수수료 산정 구조 공개, 실효적 분쟁조정제도의 마련, 자율적 상생협약 확산을 통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온라인플랫폼은 경제의 핵심 인프라다. 시장의 공정성과 혁신, 나아가 자본시장 안정성까지 고려한다면, 입법 논의 중인 단체교섭권 규정은 삭제하거나 대폭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 잃고 나서 뒤늦게 외양간 고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상일 인천대학교 법학부 교수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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