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글을 배울 때 어떤 점이 어려울까.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일리가 있는 대답은 낯선 문자, 낯선 언어라는 점이다. 한글 학습의 어려움을 논하는 한 일본 학자의 글에도 ‘한글은 낯선 문자’인 점을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예를 들어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문자는 모르는 언어라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대강은 읽을 수 있다. 러시아 등에서 사용하는 키릴 문자도 그렇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의 문자도 그렇다. 의미는 모르더라도 읽는 것은 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글의 경우는 암호나 기호 같다고 이야기하는 외국인이 많다. 한글이 아무리 배우기 쉬운 문자라고 설명을 해줘도 외국인은 한글을 그저 기호처럼 볼 뿐이다. 오죽하면 한글로 쓰여 있는 옷을 입고 다니는 외국인이 꽤 있는데 직접 물어보면 “그냥 기호 같아서 입고 다닌다”는 대답도 많다.
실제 한글 자음과 모음의 글자를 보면 기호 같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도 든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타이틀 글씨를 보면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가 나타난다. 세모도 예전에 세종대왕이 만든 글자에는 반치음이라고 하여 포함돼 있었다. 아무튼 한글의 자음 글자도, 모음 글자도 외국인에게는 낯선 글자일 뿐이다.
그런데 한류의 유행으로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글이 낯선 글자가 아니라 어디선가 본 글자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수많은 한국어 간판이 등장한다. 여전히 한글은 암호처럼 보일지 모르나 어디선가 본 문자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제는 한글을 보면 무슨 소리,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한국의 글자’라는 점은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
해외에서는 K-팝 관련 대규모 공연이 자주 열린다. 실황을 보면 그야말로 엄청난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여러 나라, 여러 민족의 사람이 이 공연에 열광한다. 정말로 K-팝이 세계의 문화가 된 것이다.
공연에서는 뒷배경으로 가사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도 한글 가사가 배경을 가득 채우는 일이 많다. 그런데 그때도 관객들은 가사를 따라 부른다. 한글 가사를 읽은 것인지 아니면 가사를 외워서 부르는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한글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글이 해외의 시위 현장에 쓰인다는 것도 매우 특이한 일이다. 한글이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한 것이다. 한글로 쓰였다는 이유만으로도 ‘젊음의 상징’도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한글은 세계 젊은이들의 공감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 나라에서 한글 시위를 하면 다른 나라의 많은 한류팬들이 그 시위를 홍보해 준다. 이런 모습은 인도네시아의 시위 현장에서 등장한 바 있다. 다만 실제 그 내용은 한국 사람이라도 알 수 없었고, 단지 문자만 한글이었다. 한글을 진짜 암호로 사용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다.
이제 한국이 문화적으로 세계에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발전했고, 민주주의의 측면에서도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글의 새로운 역할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한글이 억압받고 차별당하는 세계의 현장에서 ‘평등의 문자’가, 전쟁과 폭력의 현장에서는 ‘평화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 낯선 문자가 아니라 문화와 문화의 만남 속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문자이길 바란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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