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6일 사상 처음으로 3700선을 넘었다. 연일 최고가 행진이다. 한국과 미국 간 관세협상 후속 합의 타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주효했다. 정부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잡기 위해 전례없는 고강도 규제 조치를 단행한 10·15 부동산대책 발표 하루 만에 또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부동산을 죄니 증시로 몰리는 일시적 ‘머니 무브’ 현상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 일리가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하와 반도체 슈퍼 사이클,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등 기대감이 복합 작용했다. 이날 마침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의 규제 정책에 대한 획기적 개선을 주문했다. 부동산에 쏠리는 자금을 증시를 통한 생산적 투자로 돌리자는 것이 정부가 천명한 방향이다. 문제는 일관성과 실천이다.

지금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놓인 주·객관적 투자 조건은 부동산과 증시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수 있느냐 갈림길로 요약할 수 있다. 투자자들에 ‘아파트를 살래, 주식을 살래?’ 묻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코스피 5000’을 내건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당장의 증시 활황세를 질문이 그럴듯하지만 경제주체들의 ‘학습효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현대차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10년간 서울 주택 수익률은 157.8%인 반면 코스피는 25.3%였다. 서울 집값은 2.5배로 뛰었으나 코스피 지수는 1.3배에도 못 미쳤다는 뜻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5년 각 자산군의 가격 지수(원화 기준)를 1로 놓으면 지난해 11월말 나스닥은 5.5, 서울아파트 2.5, 코스피 1.25다. 같은 기간 각 자산의 매매 직전 3개월 대비 분기별 평균수익률(수익성)은 나스닥 4%, 서울아파트 2%대 초반, 코스피는 1%대 중후반이었다. 반면 최대하락폭(위험도)은 나스닥 37%, 서울아파트 20%대 후반, 코스피 50% 안팎이었다. 10년간 코스피는 나스닥이나 서울아파트에 비해 손실위험은 훨씬 크고, 기대수익은 크게 낮았다는 얘기다.

10·15 부동산 대책에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민간 활성화를 포함한 실질적 공급확대가 뒤따르지 않으면 단기 처방에 불과할 뿐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맞는 말이다. 다만 부동산 정책만으로는 안된다. 코스피가 서울집값을 이기지 않으면 무소용이다. 이 대통령은 16일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첨단산업 성장을 위해선 “무조건 ‘일단 안 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일단 돼’라는 쪽으로 (규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이 버릇처럼 되뇌이는 주문에 그쳐선 안된다. 여당의 입법과 관료들의 실행으로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