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트렌드 속에서 누군가는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릅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일순간에 외면받기 일쑤입니다. ‘메가 브랜드’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유통가의 속사정, [언박싱 프로]를 통해 들려드립니다.
후쿠오카시 텐진의 아웃도어 매장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일본 후쿠오카의 한 거리, 특별한 행사도 세일도 아닌데 길게 늘어선 행렬이 눈길을 끕니다. 줄의 끝에는 유명 맛집도, 한정판 신발 매장도 아닌 의외의 장소가 있었습니다. 바로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Montbell)’ 매장이었죠.
이 진풍경을 다룬 일본 매체 니시니혼신문의 보도는 한 시민의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때 매장은 이미 인산인해였다는데요. 놀랍게도 대부분이 외국인, 그중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답니다.
그동안 몽벨은 ‘아재(아저씨)들이 입는 등산복’이라는 다소 투박한 이미지를 벗지 못하기도 했었는데요. 지금은 일본 여행 필수 쇼핑 아이템으로 꼽히며 MZ세대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됐습니다. 이번 주 [언박싱 프로]에서는 일본의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산을 사랑한 몽벨 창립자 ‘이사무 타츠노’
몽벨의 창립자는 일본 오사카 사카이시 출신의 ‘이사무 타츠노’입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배한 직후인 1947년에 태어났습니다. 전쟁 이후 일본은 경제·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침체됐고, 공습으로 무너진 사카이 역시 한동안 잔해 상태였죠.
타츠노의 인생을 바꾼 건 하나의 책이었습니다. 그는 소년 시절, 하인리히 할러의 아이거 북벽 원정기인 <흰 거미>를 읽고 큰 감명을 받게 됩니다. 이는 그가 산에서 청춘을 보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죠.
1956년 등반가 마키 유코가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산인 네팔의 마나슬루 정상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의 업적은 일본 국민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줬습니다. 한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타츠노는 “마키의 등반은 최초의 등산 붐을 일으켰고, 나 역시 어린 나이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초등학생이던 타츠노는 신체적으로 허약했습니다. 전쟁 이후 8남매 가정에서 자라며 영양 부족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건강 상태는 산악인이 되겠다는 꿈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는 하이킹과 캠핑, 또 친구들과 탐험하거나 혼자 등반을 하는 데 전념했습니다. 하인리히의 책에서 읽은 모험 이야기에 매료된 타츠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등반가가 되는 것’과 ‘등산 장비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라는 인생의 두 가지 목표를 세웁니다.
그리고 1969년, 그는 등반 파트너인 나카타니 산지와 함께 산에 올랐습니다. 그들은 고된 등반 내내 서로에게 힘을 북돋우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마침내 정상에 올랐고,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21세의 나이에 알프스 3대 암벽 중 하나인 스위스 아이거 북벽 등반에 성공한 겁니다. 그렇게 타츠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등반가가 되자는 첫 번째 목표에 한발 가까워졌습니다.
타츠노의 업적을 자랑스러워하는 일본인들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바위 조각을 오르기 위해 왜 그렇게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 타츠노가 일본 최초의 등산 학교를 열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는데요. 이후 타츠노가 학교에 받아들인 첫 번째 학생 그룹 중 한 명은 몽벨의 회장이 됐다고 전해집니다.
☞ 몽벨의 철학은 늘 확고합니다. ‘Light & Fast’, ‘Function is Beauty’이라는 철학 아래 가볍고 빠르며, 기능적인 아웃도어 의류와 기어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몽벨의 기술력은 눈에 보이는 화려함에 치우치지 않고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데요. 어떠한 자연환경에서도 사용자가 항상 쾌적하게 활동하도록 1g의 헛된 무게도 허용하지 않는 초경량을 추구합니다.
1975년 설립된 몽벨…시작은 침낭 제품
1975년 8월 1일, 타츠노는 오사카시 니시구 타치마이보리에 회사를 설립합니다. 인생의 두 번째 목표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그는 복합 건물에 7평 정도의 방을 빌려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 한 달 뒤에는 동료 2명이 입사해 사명을 ‘몽벨’로 결정합니다. 몽벨은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산’을 뜻합니다. 브랜드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는 곰의 이미지는 자연환경과 그곳에 사는 생물에 대한 존중의 표시였답니다.
몽벨의 초기 제품은 침낭이었습니다. 당시 최첨단 중공사인 미국 듀폰에서 만든 소재를 사용해 개발됐습니다. 그때까지 침낭은 일반적으로 크고 무거웠으며 보온성을 높이기 위해 합성 면의 양을 늘렸습니다. 그러나 몽벨이 활용한 홀로필 소재는 중공 섬유가 내부에 공기를 가둬 침낭의 로프트(부피)를 유지하기 때문에 더 가벼운 무게로도 높은 보온성을 얻을 수 있었죠.
또 섬유의 표면을 실리콘 수지로 처리해 미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압축 및 운반 시에도 회복력이 우수했죠. 침낭의 원단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았던 타자기 리본 테이프용 섬유로 만들어졌습니다. 기존 것보다 훨씬 가볍고 부드러웠습니다. 보온성, 경량성, 소형화, 편안함 측면에서 개선된 다크론 침낭은 고성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에 등반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습니다.
몽벨은 필수적인 등반 장비들도 선보였습니다. 캠핑 장비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제품을 확장하며 사업을 키웠죠. 수상 스포츠용 의류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몽벨은 일본을 넘어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합니다.
2006년 몽벨은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 중 하나인 슈페리어 다운 재킷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가벼운 나일론을 결합해 만들어 초경량 키트를 선호하는 배낭 여행객과 등반가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우리가 직접 만든다.’ 이사무 타츠노는 이 한 문장을 원동력 삼아 기능성과 경량성을 갖춘 새로운 아웃도어 장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구조에 관한 끊임없는 연구와 실제 아웃도어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던 소재를 사용해 혁신적인 제품들을 개발해 나갑니다. 20대 청년의 산에 대한 열정은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확고한 철학에 근거해 최고의 기능성 제품을 제작합니다. 몽벨코리아 역시 ‘초경량성’에 기반한 의류와 용품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습니다.
몽벨과 파타고니아, 어떤 인연?
몽벨의 역사에서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와 인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타츠노가 창업을 시작한 1975년, 기대만큼 등산 장비 주문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과거 지인과 연이 닿아 대형 마트의 쇼핑백 제조를 하청받았는데요. 첫해 매출 1억엔의 대부분이 쇼핑백이었답니다. 하지만 샘플을 가지고 사방팔방 뛰어다녀도 몽벨 제품을 취급해 주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창업 3년차이던 1977년, 일본을 개척하지 못한 상태에서 등산 장비의 본고장인 유럽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타츠노가 파트너로 선택한 곳이 파타고니아였습니다. 두 브랜드의 인연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산악인이었고, 등산 장비를 만들며 회사를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타츠노 역시 산악인 출신이었고, 실제로 그가 등반 중에 ‘이건 믿을 만하다’고 느꼈던 유일한 장비가 파타고니아의 전신인 ‘쉬나드 이큅먼트’였습니다. 두 사람은 산악인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존경했습니다.
타츠노와 이본 쉬나드는 1980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등산 장비 행사장에서 만났습니다. 산악인으로서 인생철학에 공감대가 있었죠. 두 사람은 몽벨과 파타고니아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니다. 1983년 몽벨 고유의 소재와 기술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파타고니아 제품의 수입 및 판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987년, 몽벨은 자체 브랜드에 집중하기 위해 파타고니아와 결별합니다. 당시 파타고니아 제품은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는데요. 파타고니아에는 일본 직영점 출점을 조언하고, 일본 사무소 설립에 협력하기도 했습니다.
이 결별은 아쉬움이 아니라 성장의 신호탄이었습니다. 몽벨은 이후 ‘협력자’에서 ‘경쟁자’로, 그리고 지금은 일본 아웃도어 시장을 대표하는 자존심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됩니다.
50주년 몽벨…MZ고객 공략 박차
한 일본 매체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타츠노가 몽벨을 설립할 당시, 등산 및 아웃도어 시장의 가치는 약 500억엔(3억4900만 달러)이라고 합니다. 그는 회사가 30년 안에 100억엔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 몽벨의 전 세계 총매출은 1620억엔에 달한다고 합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성장세죠.
올해로 몽벨은 50주년을 맞이했는데요. 국내에서도 꽤 오랜 역사를 거쳤습니다. 몽벨은 1987년 해외 생산을 시작하면서 한국에 협력 공장을 세웠습니다. 이어 2008년 몽벨을 사입하던 오디캠프가 2011년 LS네트웍스와 합병해 몽벨 라이선스를 받아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에는 LS네트웍스 자회사에서 MBK Corporation으로 분할 설립됐는데요. 현재 MBK Corporation은 몽벨코리아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MBK Corporation은 2021년부터 몽벨을 직수입 브랜드로 전환하기로 결정합니다. 당시 자체 기획을 중단하며 직수입으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홈쇼핑 사업까지 중단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100% 직수입 제품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수입 전환 이후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는데요. 올해 기준 2030대 고객이 70% 이상을 차지하며, 매출은 전년보다 2배 넘게 성장했다고 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선글라스 제품이 몽벨 열풍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블랙핑크 제니가 몽벨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진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퍼지며 품절 대란을 불렀죠. 해당 모델은 일본 매장에서도 빠르게 재고가 소진됐다고 합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바람막이, 경량패딩 등 겉옷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몽벨은 2030을 중심으로 팬층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점, 신세계 강남점 등 신규 주요 백화점에서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 중이고요. 지난 8월에는 무신사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 첫날부터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셀럽 착용으로 화제를 모은 트레킹 선글라스와 버사라이트 경량 백팩은 새벽부터 긴 대기줄이 형성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며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당분간 몽벨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프코어(아웃도어 활동에서 입는 옷을 평범한 일상복과 매치해 개성적인 스타일을 연출하는 것)’ 열풍에 따라 아웃도어 브랜드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3879억원에서 지난해 3조6295억원으로 커졌습니다. 올해도 3조7776억원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힙’한 브랜드 이미지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몽벨도 25FW(가을·겨울) 시즌 시작과 동시에 주요 다운 제품이 빠르게 동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부터는 몽벨이 올해 전환된 직수입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예정입니다. 본사의 정통성과 기술력은 유지하는 동시에,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네요. 앞으로도 몽벨이 한국 시장이 선보일 다양한 제품들을 기대하며 이번 주 [언박싱 프로]를 마칩니다.
[언박싱 프로]는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원하는 아이디어를 아래 링크를 눌러 작성해 주세요.
newday@heraldcorp.com
![‘상박’은 미룬 기초연금 개편, 노인 빈곤도 재정도 다 놓친다 [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10/news-p.v1.20260715.63b2bcda2177496e95c8a7c3630f60ba_T1.png?type=h&h=240)
![“오빠한테 사진 좀 보내줄래” 성착취 당한 딸…흥분한 부모 이건 절대 안됩니다 [세상&플러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9/news-p.v1.20260909.dc53dbfb52cc41e5adae8d003cac493b_T1.png?type=h&h=240)
![유례없는 초호황에 ‘조선의 심장’도 공급병목…세계 1위 中 주문 쇄도에 650억원 설비 투자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9/news-p.v1.20260907.bc37390dff704bc08e370f2730d98523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