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중이염 환자들 특히 20년 이상 난청을 방치했더라도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출처:게티임미지뱅크>
만성 중이염 환자들 특히 20년 이상 난청을 방치했더라도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출처:게티임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태열 의학전문기자] 난청은 말그대로 외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난청의 주요 증상은 우선 주변과 소통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이 대표적인 징후이다. 또 상대방의 말을 자꾸되물어보게 되거나 조용한 곳에서도 말소리를 분별하기가 점점 버거워진다.

​이외에도 귀안이 꽉 찬 느낌인 이충만감이 나타나고 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이명 증상이 함께 발생하기도 하며 소리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도 예전보다 줄어들게 된다. 대화 중 상대방에게 같은 말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하는 횟수가 늘거나 TV 볼륨을 예전보다 높여야 편하게 들린다면 일단 난청의 가능성을 의심해보아야한다.

난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소리가 귀 바깥에서 내이까지 전달되는 통로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전음성 난청이라 부르고,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달팽이관이나 청신경 자체가 손상된 경우를 감각신경성 난청이라 부른다.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면 혼합성 난청이라고 합니다.

전음성 난청은 귀지가 꽉 찼거나 중이염이 원인으로도 생기는 반면, 감각신경성 난청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난청은 초기 증상은 “뭐라고?”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된다. 특히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야기하는 시끄러운 식당이나 카페에서 대화를 놓치는 일이 잦아진다.

고음역대 소리부터 안 들리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ㅅ’이나 ‘ㅊ’ 같은 마찰음이 섞인 단어를 다른 단어로 잘못 알아듣는 일도 생깁니다. 예를 들어 “사과”와 “사자”를 헷갈리는 식이다. 전화 통화가 유독 불편해졌다면 이 역시 초기 신호일 수 있다. 한쪽 귀로만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것 같다거나, 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중이염을 수년부터 수 십년을 앓고잇는 사람들은 이로인해 난청을 겪을 확률이 높다. 중이염으로 인해 난청을 오래 겪으면 보청기를 오래써도 그리 큰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이런 만성 중이염 환자들 특히 20년 이상 난청을 방치했더라도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팀은 후천성 만성 중이염 및 일반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공와우 수술 후 청력을 비교했다. 그 결과 수술 1년 후 만성 중이염 환자군과 일반 난청 환자군의 청각 능력은 대등하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만성 중이염 환자군은 20년 이상 난청을 앓았더라도 단어를 명료하게 인지하는 기능이 감소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중이염은 귀 안쪽 중이(가운데 귀)에 염증이 생기는 걸 말한다. 중이염을 앓으면 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청각에 이상이 발생하고 의사소통에도 지장이 생긴다. 또한 장기간 중이염이 반복되면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생해 난청이 더 악화한다. 난청이 지속되면 청각, 언어습득, 발성을 관장하는 대뇌 피질이 줄어들고 인지기능이 감소해 치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중이염으로 난청이 생겼다면 빠른 치료가 필요하며, 중이염 수술로 난청을 호전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기 치료를 놓치면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생해 보청기를 사용해야 들을 수 있거나 추후에는 보청기로도 잘 듣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남은 방법은 인공와우 삽입 수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성 중이염 환자들은 중이와 유양동(귀 뒤쪽 뼈 안에 있는 공기 주머니)에 만성적인 염증이나 해부학적 변형 문제를 동반하고 있어 인공와우 수술 시 감염이나 전극 돌출 등의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수술 자체가 제한적으로만 시행됐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팀은 염증을 완전히 제거하고 지방이식을 통해 중이강을 채웠다. 그다음 인공와우 삽입 수술을 시행함으로써 청력을 효과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

이후 박홍주 교수팀은 2006년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후천성 만성 중이염 환자 33명과 연령 및 성별을 일치시킨 비염증성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청력 및 영상 검사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 1년 후 만성 중이염 환자군의 단어인지명료도와 순음청력역치 등 전반적인 청각 결과가 일반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군과 비교했을 때 대등하게 우수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난청 지속 기간에 따른 예후 차이였다. 일반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군은 난청 기간이 20년을 초과하면 인공와우 수술 후 단어인지명료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만성 중이염 환자는 20년 이상 난청을 앓았음에도 단어인지명료도가 감소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연구팀은 만성 중이염 환자에게 남아있는 골도 청력이 지속적으로 청각을 자극해 청각 경로와 신경 기능을 보존하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수술 전 검사하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만성 중이염 환자의 9.1%가 내이염을 동반하고 있었는데, 내이염이 관찰된 환자는 인공와우 수술 후 단어인지명료도가 다른 환자들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는 내이염 동반 유무가 인공와우 수술 후 예후를 예측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임을 증명한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만성 중이염으로 장기간 난청을 겪어 보청기조차 소용이 없어진 환자들도 좌절하지 않고 인공와우를 통해 청각을 성공적으로 되찾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성공적인 인공와우 수술을 위해서는 수술 전 MRI 등 정밀한 영상 검사를 통해 내이염 동반 여부를 확인하고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아울러 “난청은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으며 치료가 빠를수록 효과적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난청의 심한 정도와 관계없이 대부분 환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청각 재활이 가능하다. 난청을 치료하면 사회생활도 원활해지고 우울증도 감소하며 인지기능도 좋아지는 등 삶의 질이 높아진다. 난청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적극적인 청각재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번 연구 결과는 이비인후과 분야 국제 학술지인 ‘이비인후과학회지(Ear, Nose & Throat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