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필리핀 최고의 스포츠 스타이자, 복싱 역사상 전무후무한 8개 체급 석권 기록을 썼던 세계 챔피언 매니 파퀴아오가 8일(현지시간) 장관급인 국기빈곤퇴치위원회(NAPC) 위원장에 임명됐다.
필리핀 뉴스 에이전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퀴아오는 8일 필리핀 대통령 집무실인 말라카낭 궁에서 NAPC 위원장 취임 선서를 했다.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정계에서 물러나 있던 파퀴아오는 NAPC 위원장으로 4년만에 정계에 복귀하게 됐다.
한국에서 그는 2017년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출연과 2022년 ‘런닝맨’ 출연으로 친숙하다. 2022년 필리핀 거주 경험이 있는 가수 산다라박과 함께 ‘런닝맨’에 출연했을 때 프로그램 멤버들을 초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실제로 2023년 필리핀에 방문한 멤버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공개된 그의 500평에 달하는 대저택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파퀴아오는 복싱 은퇴 이후 2010년 사랑가니주의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6년간(재선)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2016년 총선에서는 전국구 선거를 치르는 상원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상원의원 임기 중이었던 2022년에는 대통령 선거까지 출마했으나 현 대통령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등에게 밀려 3위로 낙선했다. 이후 상원의원 임기도 끝나 정계에서 물러났다가 이번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낙점으로 내각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자신과 대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후보를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일종의 협치(協治)를 시도하게 됐다. 그러나 언론은 그 속내에 대해 부패 스캔들로 위기에 몰린 마르코스 정권이 필리핀의 국민적 영웅을 영입해 지지율을 회복하고, 거물급 인사 영입이란 이벤트로 국민들의 이목을 가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부족한 인프라, 홍수 및 태풍 피해에 대한 무능한 대처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해 초대형 부패 스캔들까지 터져서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필리핀 정부가 홍수 방지 인프라 사업을 하겠다면서 수백억 페소의 예산을 투입했는데, 알고 보니 국회의원부터 정부 관료, 건설업자들까지 결탁해 막대한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스캔들이 불거진 것이다. 드러난 리베이트 규모만 해도 예산의 최대 40% 수준이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도피 중인 핵심 브로커가 마르코스 대통령 측근에게도 거액의 뇌물이 흘러갔다고 폭로하면서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지난달 모멘텀 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4%, 부정 평가는 57.4%였다.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탄핵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지지율이 60%가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36% 수준인 마르코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악의 위기라 할 수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내부 역량으로는 지지를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초대형 스타인 파퀴아오를 영입했다는 게 언론의 분석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파퀴아오의 임명을 알리며 “국민의 옹호자”라 평가했다.
파퀴아오는 복싱 역사상 유일하게 8개 체급을 석권한 세계 챔피언 출신의 스포츠 스타다. 본인도 남부 민다나오섬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도넛을 팔며 가족들을 부양한 일화 등이 널리 알려진 ‘인간승리’의 아이콘이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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