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 15위로 추락했다. 1~2년 전만 해도 6위권을 지키며 상승세를 이어가다 9계단이나 떨어졌다. 인재·규제 부문에선 각각 49위와 38위로 하락해 하위권이다. 인공지능(AI) 패권을 다투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경쟁국에도 밀리게 됐다. IT강국의 위상이 무색하다.

IMD의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는 미래 준비도, 기술, 지식 등 3개 분야 9개 부문 61개 지표를 종합해 집계한다. 한국은 인재 부문 경쟁력이 전년보다 30계단, 규제 부문은 20계단이나 하락했다. 디지털 경쟁력 순위가 크게 하락한 데에 인재 육성 부문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셈이다. 특히 인재부문 세부 지표를 보면 국제 경험, 디지털 기술 능력, 해외 우수 인재가 각각 58위, 59위, 61위로 최하위권이다. IMD가 대상국 69개국 중 최하위권으로 분류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미래 세대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AI 리터러시’ 역량 중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에서 초·중등학생의 수준이 크게 낮은 것도 간과하기 어렵다.

디지털·AI 인재 육성의 시급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관련 지표가 최근 1년 사이 급락한 건 심각한 신호다.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연구 환경과 지원,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제약하는 경직적인 제도 등이 인재 확보를 막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AI 분야 인재 양성은 물론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와 지역별 첨단 기술 클러스터를 결합해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해외로 나간 연구 인력도 돌아올 수 있는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국내 연봉의 3~5배 수준에 연구비· 창업 지원 등 맞춤형 지원으로 연구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AI 3대 강국’을 외쳐도 사람이 없으면 허사다. 정부가 뒤늦게 미래에 가능성 있는 젊은 과학자들을 매년 200명씩 선발해 국가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선 건 다행이나 당장 필요한 인력 수급은 여전히 급하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인력확보에 나서고 필요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 정년을 맞은 교수와 연구원 등 최고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규제가 많은 나라로 인식되면 인재도 붙잡기 어렵다. 하나하나 검토해서 바꾸자면 하세월인 만큼 신산업 규제를 확 풀고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 기업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첨단기술 경쟁은 국가전이고 속도전이다. 한번 처지면 따라잡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