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포켓몬 고’라는 게임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 이 기술을 활용한 ‘포켓몬 고’는 앱을 다운받아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특정 위치에 비추면 가상 게임이미지인 포켓몬스터(포켓몬)를 발견할 수 있다. 그 포켓몬을 맞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면서 레벨을 높이는 것이 ‘포켓몬 고’라는 게임의 작동방식이다.
심지어 신드롬으로까지 불리는 ‘포켓몬 고’ 열풍이 흥미로운 건 그것이 게임의 영역을 넘어서 현실까지 바꿔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흔히 집안에서 두문불출하곤 했던 게임 유저들을 집 밖으로 나가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 게임은 포켓몬이 출몰하는 곳으로 직접 가야 점수를 얻고 레벨을 올릴 수 있다. ‘포켓몬 고’ 관련 외신들은 포켓몬을 잡으러 카약을 타고 바다로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나, 뉴욕에서 포켓몬을 찾아다니다 한옥풍의 건물을 발견하고는 놀라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전하고 있다. 게임이 그저 게임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많은 경험담들을 쏟아내게 하며 나아가 도시를 재발견하게 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남북한으로 분단되어 있어 구글 지도 서비스가 되지 않는 우리는 ‘포켓몬 고’를 할 수 없지만, 북쪽에 가까워 예외적으로 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속초는 ‘포켓몬 고의 성지’가 되었다. 이 게임 때문에 주말에는 평소 대비 30% 이상의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일본이 이 게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그 영향권에 들어간 울산도 뒤늦게 포켓몬 고의 수혜를 입었다. 평균 관광객수가 5백 명 안팎이던 울산 울주군 간절곶 해안에는 이제 4만 명이 넘게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게임 하나가 서비스된다는 이유로 지역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걸 어떻게 게임이라는 가상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그것이 현실 자체를 바꾸고 있는데 말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MBC드라마 ‘W’는 현실의 여자 주인공이 웹툰 속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현실과 가상은 나뉘어져 있을 뿐 그리 구분되지 않는다. 현실의 인물이 가상 속으로 들어가고, 가상의 인물이 현실로 튀어나온다. 어찌 보면 황당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의외로 시청자들은 이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다.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W’의 세계는 그래서 마치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식론적 관점으로 보면 가상이미지를 마치 실제처럼 찾아다니는 ‘포켓몬 고’의 증강현실 세계도, 또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W’의 세계와 그것을 별 이물감 없이 받아들이는 작금의 감각은 모두 우리네 현실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포켓몬 고’ 신드롬의 여파로 인해 증강현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이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포켓몬 고’ 신드롬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증강현실이라는 기술보다는 ‘포켓몬스터’라는 이미 전 세계에 저변을 갖고 있는 콘텐츠다. 기술보다는 콘텐츠가 가진 펀(fun)의 요소 덕분에 신드롬이 생겼다는 것.
그러고 보면 가상현실이든 증강현실이든 그것이 실현될 미래의 현실이 어떤 모습일지 가늠할 수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콘텐츠 기반의 ‘펀’한 현실이 아닐까. 뻔한 기술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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