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s Choice]는 우리의 언어로 기록하고, 우리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진짜’ 20대 이야기를 다룹니다.

블랙핑크 로제(왼쪽)과 리사가 라부부 인형을 들고 있는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블랙핑크 로제(왼쪽)과 리사가 라부부 인형을 들고 있는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랩] “구매 후 직접 개봉하기 전까지 어떤 제품을 받게 될지 알 수 없다.”

최근 블라인드 박스, 뽑기 상품(가챠) 등 ‘불확실한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무엇을 얻게 될지 모른 채 자신의 운에 맡겨야 하는 상품이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결제합니다.

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블라인드 박스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135억 달러로 평가됐으며, 2034년에는 약 310억 달러까지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블라인드 박스로 큰 사랑을 받은 제품으로는 단연 ‘팝마트’의 라부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캐릭터는 중국을 넘어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유럽, 중동 등으로 인기가 확산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매장 내 충돌이 발생하는 등 과열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유튜브 채널 베니티 페어에서 ‘지모모’와 ‘라부부’를 양팔에 든 채 해당 인형들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베니티 페어 유튜브 채널 캡처]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유튜브 채널 베니티 페어에서 ‘지모모’와 ‘라부부’를 양팔에 든 채 해당 인형들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베니티 페어 유튜브 채널 캡처]

특히 블랙핑크 리사, 리한나, 두아 리파 등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소장 인증샷을 올리면서 전 세계적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작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는 희귀 라부부 인형이 약 2억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팝마트’의 라부부 랜덤 상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명동 매장은 구매권을 온라인 추첨 방식으로 판매했지만, 사람들이 지속해서 몰리기도 했습니다.

아트박스 매장 내 설치된 가챠(랜덤 뽑기) 존 모습. [헤럴드경제DB]
아트박스 매장 내 설치된 가챠(랜덤 뽑기) 존 모습. [헤럴드경제DB]

최근 전국 번화가를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는 ‘가챠샵’ 역시 랜덤 소비문화를 겨냥한 공간입니다. 가챠샵은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려 인형, 액세서리, 피규어 등이 담긴 캡슐을 뽑는 기계들을 종류별로 배치한 매장으로,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성행해 온 놀이 시설 중 하나입니다.

‘가챠(がちゃ)’는 레버를 돌릴 때 나는 소리의 일본식 표기입니다. 캡슐 하나를 뽑는 데 3000~7000원 정도가 들며 인기가 많은 상품의 경우 1만원대까지 가격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한국의 가챠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100억원에서 2024년 약 500억원으로 5배가량 성장했습니다.

이런 랜덤 상품 관련 산업이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불확실성 자체에서 오는 매력

CU 혜화마로니에점 가챠머신 모습[BGF리테일 제공]
CU 혜화마로니에점 가챠머신 모습[BGF리테일 제공]

학술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상품의 결과가 불확실한 상태에서도 그 자체를 즐기고자 하는 심리가 작동한다고 합니다.

즉, 단순히 상품을 얻는 것 자체보다는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불확실성은 소비자에게 일종의 흥분과 긴장, 기대감을 제공하며, 이러한 감정적 자극은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보다 강렬한 즐거움을 경험하게 합니다.

평범한 소비 상황에서보다 더 강한 감정적 반응이 유도되고, 이는 심리적 보상 구조로 작용해 구매 동기를 강화합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자체가 소비자의 행동을 자극하고,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MZ 세대의 수요를 충족

GS25 뉴인사동점에 설치된 이치방쿠지 뽑기 기계에서 피규어를 뽑은 모습 [헤럴드경제DB]
GS25 뉴인사동점에 설치된 이치방쿠지 뽑기 기계에서 피규어를 뽑은 모습 [헤럴드경제DB]

랜덤 상품이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 1981~2010년생)의 소비 태도와 가치관이 큰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상품을 개봉하는 순간의 경험 자체를 큰 가치로 여깁니다.

또 MZ세대는 희귀성, 한정판, 수집 가능성에 민감해 랜덤 상품 속에 숨어있는 더 특별한 아이템을 얻는 경험이 소장욕과 만족감을 자극합니다.

SNS 공유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랜덤 상품의 경험은 단순 소비를 넘어 사회적 경험과 콘텐츠로 확장됩니다.

개봉 순간의 놀라움과 희귀성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즐기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즐거움이 되고, 이는 반복 구매와 트렌드 확산으로 이어집니다.

MZ세대는 랜덤 상품을 단순한 제품이 아닌 ‘경험형 소비’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패키징 디자인

[팝마트, 아마존, 크림(KREAM) 캡처]
[팝마트, 아마존, 크림(KREAM) 캡처]

상품 패키지와 디자인은 소비자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이는 랜덤 상품의 인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연구에서는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이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접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패키지는 브랜드와 소비자가 처음 접하는 매개체로서 시각적 요소, 색상, 형태, 텍스트 구성 등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기능을 합니다.

소비자는 보통 제품을 인지한 직후 몇 초 안에 패키지를 기준으로 제품의 품질, 가치, 적합성 등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첫인상은 구매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랜덤 상품처럼 겉으로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제품의 경우, 패키지 자체가 소비자의 기대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한 연구에서도 블라인드 박스의 패키지 디자인은 문화적 상징과 브랜드 이미지를 담아 소비자와 브랜드 간 첫 번째 접촉점으로 작용하며,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매력적인 비주얼 요소로 인해 이루어지는 정보 전달은 소비자에게 제품 내부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상상하게 만들고, 그 상상은 구매 행동으로 이어지는 동기가 됩니다.

랜덤이라더니…상품 골라 판매하는 ‘꼼수’ 우려

[유튜브 쇼츠 캡처]
[유튜브 쇼츠 캡처]

랜덤 상품의 판매 과정이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상품의 구성, 종류, 비율 등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 소비자는 실제 가치보다 더한 기대를 갖고 구매하게 되고, 이는 구매 후 실망감과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23년 포켓몬코리아가 ‘2023 신년맞이 럭키박스’라는 랜덤박스를 판매하면서 후보로 포함된 83개 상품에 대한 상품명, 제조국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태료 100만원의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공정위는 랜덤박스 형태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정보 제공 의무를 위반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최근 카드 결제형 가챠샵이 도심 상권과 무인 매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그 운영 방식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계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설계돼 있어 소비자는 실제로 어떤 캡슐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없고, 이에 따라 판매자가 임의로 구성품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모두가 원하거나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는 가챠 기계 안에 넣지 않고 따로 빼두었다가,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다”라는 누리꾼들의 주장 및 경험담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인기 상품을 뽑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결제하지만 실제로는 그 가능성 자체가 차단된 상태에서 반복 결제를 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는 랜덤성을 전제로 한 가챠 소비의 기본 신뢰를 훼손할 뿐 아니라,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낳습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재미와 긴장감이라는 장점이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어지기 위해 공정성과 투명성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그 기반 위에서 비로소 새로운 소비문화로서의 의미도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By 박희원 콘텐츠 오퍼레이터

Editing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