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s Choice]는 우리의 언어로 기록하고, 우리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진짜’ 20대 이야기를 다룹니다.
[헤럴드랩] 대한민국을 강타한 여러 유행이 있습니다.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 키링, 가챠(Gacha) 등이 대표적입니다.
두쫀쿠 유행으로 제과점이 있는 골목들은 대기를 하는 인원들로 꽉 찼고, 원재료 가격이 천장을 뚫고 있습니다. 요즘 학생들 가방에는 주렁주렁 인형들이 달려 있으며, 동네에는 인형 뽑기 가게들이 계속해서 들어섭니다.
이 모든 유행에는 ‘즉각적인 정서적 보상’이라는 동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걸 왜 사?”라는 물음에 “그냥 기분이 좋아지니까!”라고 답하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인데요.
바로 ‘필코노미’(정서적 만족을 중시하는 소비)입니다.
필코노미는 감정(Fee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제품의 기능을 중시하기보다는 나의 기분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거나 유지하기 위해 하는 소비를 의미합니다.
감정에도 ‘고효율 하이패스’가 필요하다
Z세대(1997∼2006년생)의 소비 행태를 보면,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 나의 정서적인 자산을 운용하는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번아웃(탈진)이 일상화된 오늘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긴 시간을 들일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두쫀쿠, 키링, 가챠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으로 최대한의 ‘감성적인 보상’을 끌어내는 최적의 도구가 됩니다.
키링과 같은 캐릭터 인형들이 정서적인 완충 장치 역할을 합니다. 라부부와 크라이베이비, 몬치치 등 다양한 캐릭터 키링이 유행하고 있는데요.
키링을 보호하기 위한 키링 가방까지 등장했고, 소셜미디어(SNS)에는 키링 도난과 분실을 위한 ‘꿀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적막한 사무실이나, 교실에서 키링과 잠깐 눈을 마주치면 찰나의 미소를 경험하게 되는데요. 이런 작은 감정의 전환이 업무, 혹은 학업에서 실시간으로 쌓이는 스트레스를 그 자리에서 해소해 준다는 것입니다.
가챠(Gacha)는 일본의 캡슐 토이(Capsule Toy) 자동판매기 가샤폰(ガシャポン)과 동의어로 쓰이는 가챠폰(ガチャポン)에서 유래한 말로, 다수 상품이 들어있는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려 캡슐을 뽑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 현지에서 유명한 반다이남코 가샤폰 가챠샵의 한국 점포 수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2024년 2월에 잠실롯데월드 로티로리 광장에 가샤폰 반다이 오피셜 샵 1호점이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용산 아이파크몰, AK플라자 홍대, 그리고 영등포 타임스퀘어까지 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가챠의 성지 일본으로 떠나는 가챠 여행 또한 유행 중입니다. 유튜브에 가챠를 검색하면 가챠만을 위해 일본에 여행을 떠나는 영상 일기(브이로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감정의 하이패스에 탑승하는 기업들
“올리브영과 망그러진 곰”, “CGV와 짱구는 못 말려 흰둥이”, “오버워치와 산리오”.
최근 캐릭터 협업 상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딱딱한 이미지 대신 캐릭터의 친근함을 앞세워 구매 결정 과정의 심리적 피로도를 낮추고, 일상적인 소비를 즉각적인 정서적 보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입니다.
낯선 브랜드나 상품도 기존에 내가 좋아하던 캐릭터와 협업하는 순간 익숙해집니다. 선택의 폭이 너무도 넓은 오늘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을 분석하고 고민하는 선택의 피로를 줄여주는 간단한 소비가 가능해집니다.
또 캐릭터와 결합한 상품들이 나오는 경우 단순한 상품이 아닌, 한정판 굿즈가 됩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소위 말하는 ‘득템’(아이템 획득)같은 성취감을 얻게 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캐릭터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캐릭터 상품 구매 경험률은 81.5%로 전년 대비 5.4%포인트 증가했습니다.
귀여운 게 Z세대를 구한다!
두쫀쿠와 라부부 키링, 그리고 일본으로 떠나는 가챠 여행은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관리하려는 ‘메타 센싱(Meta-Sensing)’ 세대의 새로운 소비 방법입니다.
Z세대의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행위를 넘어, 일상의 작은 순간마다 나에게 확실한 즐거움을 처방하는 트릿 노믹스(Treatonomics, 보상 경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반다이남코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핵심 상권을 공략하며 점포를 늘려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숫자로 증명되는 ‘가성비’보다, 내 마음이 이해하는 ‘감정의 가성비’가 지갑을 여는 더 강력한 열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어떤 기분을 주는지가 구매 결정의 핵심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합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6’에서 “과거 산업사회의 경쟁력은 ‘더 좋게, 더 빠르게, 더 싸게’ 만드는 능력에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소비자의 기분을 ‘더 행복하게, 더 신나게’ 만드는 데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y 홍은총 콘텐츠 오퍼레이터
Editing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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