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s Choice]는 우리의 언어로 기록하고, 우리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진짜’ 20대 이야기를 다룹니다.
[헤럴드랩] 지난달 18일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며 170만 관객을 돌파한 ‘프로젝트 헤일메리’. 전 세계적으로 누적 수익 4억 달러(약 6000억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심상치 않습니다.
CGV 골든에그지수 100%, 로튼토마토 신선도 95%, 팝콘 지수 96%. 겉보기는 평범한 과학픽션(SF)인데, 반응은 낯설 만큼 뜨겁습니다.
흔히들 SF 영화 하면 떠올리는 클리셰(판에 박힌 진부한 표현)가 있죠. 인류의 운명을 짊어진 주인공이 등장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며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싸우다, 파괴 직전의 우주선에서 간신히 역전을 이뤄내는 전개.
혹은 현장에 있는 우주인과 지구의 정부 사이에서 판단이 엇갈리며 갈등이 깊어지는 서사까지. 친숙하지만, 그렇기에 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무엇이 다르길래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걸까요.
그 이유를 세 가지 포인트로 짚어봤습니다.
가장 낯선 형태, 가장 인간적인 관계
일반적으로 SF 영화에서 거미나 촉수 형태의 외계인은 공포와 위협의 대상으로 그려집니다. 일례로, ‘에이리언:로물루스(2024)’에서의 촉수형 외계인과, ‘미스트(2008)’의 거미형 외계 생명체는 인간을 숙주로 삼는 끔찍한 방식으로 번식합니다.
‘스팅:외계거미의 지구 침략(2024)’에서는 우주에서 날아온 작은 거미가 괴물로 변신해 인간들과 맞서 싸우기도 하죠.
아무런 정보 없이 관람했다면, 거미형 외계인 ‘로키’의 첫 등장 장면에서 SF 재난 영화 서사를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외계인은, 거미나 촉수처럼 위협적인 형태가 아닌 ‘E.T.(1982)’와 같은 인간형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헤일메리(2026)’의 ‘로키’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입니다.
친숙하지 않은 외형을 지녔지만, 동시에 인간형 외계인보다도 더 깊은 교감과 유대를 만들어 냅니다. 특히 거미와 같은 외형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몸체를 활용해 인간과 소통하는 장면은 낯선 외형과 대비되는 교감의 순간으로 감동을 자아내기까지 합니다.
이 두 생명체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두드리고, 포옹하고, 서로를 따라 하고, 잠든 모습을 지켜보는 작은 행동들로 교감하며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두 존재는 서로의 세계를 대신할 만큼 깊어집니다.
너무나도 다르게 생긴 두 생명체가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 정도로 너무나도 깊게 관계를 맺는다는 점, 바로 그 지점이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신선하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다소 지질한 주인공
어느 때부터 SF 영화의 공식처럼 자리 잡은 클리셰가 있습니다. 바로 동료나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결국 세상을 구해내는 ‘영웅 서사’입니다. ‘아마겟돈(1998)’에서 동료를 대신해 소행성 잔류를 자처하는 주인공 해리와, ‘인터스텔라(2014)’에서 자식과 인류를 구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주인공 쿠퍼의 서사가 그것이죠.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주인공들의 선택은 감동적이지만, 동시에 어딘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누군가 반드시 희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역할을 자처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현실과는 달리, 그 어려운 결정을 망설임 없이 내리는 영화 속 주인공들을 보며 우리는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되곤 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헤일메리(2026)’의 ‘그레이스’는 다릅니다.
미식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성공 확률이 매우 낮지만 역전을 노리고 던지는 장거리 패스를 뜻하는 ‘헤일메리’의 이름을 딴 ‘프로젝트 헤일메리’.
이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죽어가는 태양, 그리고 존속 위기에 놓인 지구의 마지막 희망을 건 도박이었죠.
심지어 왕복이 아닌 편도 티켓에 탈 3명의 우주인이 필요했던 이 프로젝트에, ‘그레이스’는 프로젝트 참가를 거부하며 연구원들을 피해 도망치다 수면 주사를 맞고 말 그대로 ‘떠밀리듯’ 참여하게 됩니다.
그렇게 흔하디흔한 영웅적 아우라 대신 인간적인 회피가 드러나는 이 장면은, SF 영화의 클리셰를 단번에 뒤집어 버립니다.
그리고 죽어도 오기 싫었던 우주에 와서 죽게 생긴 주인공 ‘그레이스’는, 우주에서 ‘로키’를 위해 죽기로 결심합니다. 이 부분이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린 부분 중에 하나인데요.
어쩌면 프로젝트를 수행하러 가기 전 누군가에게서 들은 “용감한 유전자는 필요 없어요. 용기를 내게 해줄 사람이 있으면 되죠”라는 말이 영화를 관통하는 한마디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로키’로부터 “그레이스, 내가 만난 인간 중에 가장 용기 있는 사람임”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까지. 그렇게 직계 가족도, 연인도, 심지어는 기르던 개마저 없던 ‘그레이스’는 누군가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용기를 발견하고, 누군가를 위해 몸을 던지며, 누군가의 ‘영웅’이 됩니다.
영화의 말미에서 ‘그레이스’는 극적으로 모두의 운명을 구하지만,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로키’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탁월한 선택으로 인해 영화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다소 소극적이고 평범해 보였던 인물이, 결국 누군가를 위해 선택을 내리는 주체로 변해간다는 점, 바로 그 지점이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신선하게 만드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SF는 거들 뿐
SF 영화 하면, 타 장르에서 볼 수 없었던 영상미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래비티(2013)’의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 ‘듄(2021)’에서 배경이 되는 행성 ‘아라키스’의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그 예시입니다.
여느 SF 영화들처럼, ‘프로젝트 헤일메리(2026)’ 또한 압도적인 영상미를 선사합니다. 초록빛 행성, 붉은빛이 터져 나오는 순간, ‘로키’가 타고 온 우주선까지.
특히 아이맥스(IMAX) 카메라로 촬영되었다는 점은 IMAX 팬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며 연이은 매진 행렬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것은 배경의 찬란함보다는 결국 ‘그레이스’와 ‘로키’의 관계성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깊어지며 다른 요소들보다는 둘에게 더 몰입하게 되죠.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 영화 무슨 영화야?”라는 질문에 “버디 무비(두 명의 주인공들이 콤비로 활약하며 두 사람간의 우정이 나타나는 영화)”라는 답변이 먼저 튀어나올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그레이스’가 어떻게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성공시키느냐가 아닌, 둘의 우정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명대사들도 영화를 관람하는 포인트인데요.
외계어로 소통하는 ‘로키’의 어색한 번역체는 꾸밈없는 감정을 그대로 전하는 매개가 됩니다. “그레이스 로키 구한다 별”, “좋음, 좋음, 좋음!” 등의 귀여운 대사가 서툰 언어 너머로 전해지는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로키’의 말투에서 자동으로 웃음이 나오다가도, 어떤 대사들에서는 뭉클한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레이스’가 작별을 앞두고 뜨개 지구 인형을 건넸을 때, ‘로키’는 “로키 못 잊음. 난 아무것도 못 줬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거기에 ‘그레이스’는 “나한테 다 줬어”라는 답을 하죠. 이 짧은 대화 속에는 서로에게 이미 전부가 돼버린 두 존재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들의 관계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결국 이 영화에서 SF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배경에 불과해집니다.
거창한 우주 프로젝트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행성을, 나아가 서로를 구하는 모습에서 이 영화가 완성된다는 점.
바로 그 지점이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신선하게 만드는 마지막 이유입니다.
올해 최고의 ‘버디 무비’ 프로젝트 헤일메리.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서로를 향한 마음과 용기라는 울림을 주는 이 영화.
따뜻한 봄날, 가슴속까지 따뜻함을 선사할 이 영화로 하루를 마무리해 보는 건 어떨까요.
By 김주연 콘텐츠 오퍼레이터
Editing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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