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13일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기준 확정 발표

공급망 기여도 등 변경 항목·배점에 따라 테슬라·BYD도 긴장

후발 해외 제조사는 진입장벽 높아질 전망

테슬라 충전소[연합]
테슬라 충전소[연합]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정부가 전기차 제조사 평가 기준을 완화하면서 테슬라·BYD 등 해외 브랜드 차량에 대한 전기차 보조금 축소 우려가 해소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정부가 제조사의 국내 산업 기여도와 연구개발(R&D) 역량 등을 평가 항목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국내 생산·고용 비중이 낮은 해외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3일 공개한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평가기준 수정안에 따르면 제조사는 총점 100점에 60점 이상을 받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초안에서는 장애인차·소방차 보급 실적 가점 등을 포함한 총점 120점 가운데 80점 이상을 받아야 했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제조·수입사의 산업 기여도와 연구개발 역량 등을 신규 평가 항목으로 반영할 계획이었다.

이 같은 방안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고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테슬라·BYD 등 수입 브랜드 차량의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일부 차종이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가 국내 산업 기여 요소를 반영할 경우 사실상 국산차 우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테슬라 모델 3 프리미엄 롱레인지 후륜구동(RWD)은 420만원, 모델3 스탠다드 RWD는 168만 원, 모델 3 퍼포먼스는 200만 원, 모델 Y 롱레인지·프리미엄 롱레인지는 210만 원, 모델 Y RWD·프리미엄 RWD는 17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BYD 모델 중에는 아토 3(Atto 3) 베이스·플러스가 126만원, 돌핀(Dolphin) 베이스·액티브가 109만 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국고 보조금 기준으로 지방정부 보조금을 더해 최종적으로 지원을 받는 보조금 금액이 결정된다.

외산 전기차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자 지난 4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종합 정책 질의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수의 특정 기업 차량에만 보조금이 집중되고 나머지 회사 차량은 배제돼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세부 방식에 대해서는 취지에 맞게 평가의 틀을 정했어야 하는데 이번(3월) 평가기준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신속하게 배점과 관련한 오류가 있는지 검토해서 판매사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BYD아토3[연합]
BYD아토3[연합]

신용등급, 국내 특허 보유 항목 삭제로 해외 제조사에 긍정적

실제 이번 수정안에는 해외 제조사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일부 항목이 빠졌다. 초안에 포함됐던 기업 신용등급과 특허 보유 현황 등 사업능력 관련 정량평가 항목은 삭제됐다.

연구개발 투자 평가 방식도 완화됐다. 해외 본사가 경쟁력 있는 연구개발 체계를 갖춘 경우 국내 법인뿐 아니라 해외 본사의 연구개발 실적까지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통상 마찰 소지가 있는 장애인차·소방차 가점 항목도 이번 평가기준에서 빠져 테슬라 등 해외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의 보조금 수령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델별 가중평균 방식의 기후위기 대응, 정비망 직영 우대 항목으로 테슬라는 사업자 선정이 더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후관리와 지속성 분야도 테슬라와 BYD 등 기존 해외 제조사에 유리하다. 테슬라는 국내 진출 5년이 넘어 ‘사업 지속성’ 만점이 가능하고, BYD 역시 공격적으로 확충한 정비망을 통해 ‘구축 현황’ 점수를 챙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한 테슬라와 기반 시설을 확장 중인 BYD는 60점 기준을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에 신규로 한국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지커, 샤오펑 등 중국발 신규 브랜드들은 사실상 보조금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국내 보급사업 수행 기간이 3년 미만이라 지속성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고, 승용차 기준 최소 15개소 이상의 정비망과 사고 관련 보험 가입, 고객상담센터 운영 등을 단기간에 구축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강화된 화재 안전 대응과 사이버 보안 평가도 후발 주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

배점 높은 ‘공급망 기여도’ 항목 대비해 해외 제조사의 움직임 활발

그렇다고 테슬라와 BYD가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가장 배점이 높은 공급망 기여도(40점)는 국내 생산 설비 운영 여부와 부품 조달 비중을 핵심으로 본다. 완제품을 수입해 팔기만 하는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에 뒤처질 수 있도록 했다. 외산 전기차가 국산 차 대비 대당 보조금 액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이다.

BYD는 최근 인천 영종도 등 국내 주요 후보지를 대상으로 연간 5만대 규모의 전기차 조립 공장 건설을 검토하며 부지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직접 차를 찍어내면 생산과 공급 역량 관련 점수를 확보할 수 있다. 국내 공장에서 배터리 팩을 최종 조립할 경우 조달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조항도 최종 점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테슬라는 안전관리와 사후관리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테슬라는 최근 ISO/SAE 21434 등 국제 사이버 보안 관리 체계를 국내 기준에 맞춰 준비 중이다.

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현판[뉴시스]
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현판[뉴시스]

이번 수정안 기준을 적용할 경우 해외 제조사의 유불리에 관한 다양한 관측이 나오자 정부는 특정 제조사를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통과 점수를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으로 해 보급 사업을 수행하는 제작사가 절반 이하로 줄면 국내 전기차 생태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기준 마련 과정에서 ‘평가를 통과할 수 있는 제작사 수’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평가 기준을 매년 갱신하겠다”며 “보조금을 받는 제조사가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내 산업 생태계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7월부터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내연차를 폐차 또는 판매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우 추가로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는 ‘전환지원금’을 신설해 지원한다.

그동안 국내출시된 전기차 모델이 없었던 소형급 전기승합차와 중·대형급 전기화물차에도 국내 시장 출시 예정임을 고려해 보조금 지원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별도로 어린이 통학용 전기승합차에 대해 소형급은 최대 3000만 원을 지급하는 기준을 신설하고, 중형급은 시장상황 및 타차종 형평을 고려해 지원규모를 최대 1억 원에서 8500만 원으로 조정한다.

[나유정]은 ‘나에게 유용한 정책 정보’를 쉽게 풀어 소개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이 제안된 배경과 변화의 의미를 짚고, 누가·언제·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안내합니다.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