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한달이 넘게 이어진 폭염과 예년 보다 빠른 추석 연휴. 이는 주요 채소와 과일 등 밥상물가를 끌어올리는 주범이다. 오랜 폭염 탓에 이미 농작물 가격이 급등해 있었는데, 엎친 데 덮친격으로 이른 추석은 불붙은 주요 농산물 가격의 고공행진을 기름을 붇는 꼴이 되고 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무와 배추, 애호박 등 주요 채소류의 가격은 최근 한달 사이 비해 배이상 급등한 상태다. 한국물가협회는 전국 6대 도시 전통시장 8곳의 과일ㆍ견과ㆍ나물 등 차례 용품 29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차례상 비용이 21만6050원으로 지난해 20만1190원보다 7.4%(1만4860원) 오른 것으로 집계했다.
체감물가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세는 거침 없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통계는 크게 다르다. 정부 물가 통계와 국민 체감물가간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4% 올랐다. 이는 최근 1년4개월래 최저치다. 또 지난 5월의 0.8% 상승 이후 4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등 공급요인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1.1% 오르는 데 그쳐 전월(1.6%)에 비해 상승폭이 크게 감소했다. 이는 지난달 정부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며 전기요금이 인하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 전기수도가스 물가 하락폭은 전월 마이너스(-)3.9%에서 -12.6%로 대폭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제외할 때 물가상승률은 0.8% 수준으로 전월 대비 0.1%p 가량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물가를 경계하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고민은 그래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저물가 기조의 반전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있어서다. 지난 8월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물가는 하반기에도 저유가,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물가목표인 2%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결국 다음달 물가 목표 달성에 실패한 데 대해 대국민 설명회를 할 전망이다.
물가 설명회는 역대 두 번째다. 지난 7월 사상 첫 총재 설명회를 연 한은은 불과 석달 만에 또 다시 물가설명회를 열게 됐다.
앞서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안정목표(2.0%)에서 0.5%포인트 이상 이탈하면 그 원인과 전망, 통화정책 운영방향 등을 밝히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저물가가 심각하다는 중앙은행의 판단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생필품 값은 물론, 안정적인 주거를 위협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으로 고통하는 서민들에게 저물가는 ‘딴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통계청과 한은은 지난해보다 국제유가가 낮아져 원유 등 에너지류의 수입액이 떨어져 소비자물가의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설명하지만 당장 하루하루를 먹고 살아야할 서민들에겐 당장의 외식비와 주거비 등이 물가 산정의 1순위일 수밖에 없기 때문.
통계청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쌀, 달걀, 배추, 소주 등 생필품 142개 품목만을 산출한 생활물가지수(장바구니 물가)나 신선식품지수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체감 물가를 따라잡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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