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비자 입국 후 미국 내 영주권 신청 제한
학생·관광·임시근로 비자 소지자 영향 클 듯
2024년 영주권 발급자 140만명 중 82만명은 미국 내 신분조정
영사관 대기 장기화·재입국 불확실성 우려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영주권 신청 절차를 대폭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내놨다. 미국에 임시 체류 중인 외국인이 현지에서 신분을 조정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기존 방식은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하고, 원칙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이민국(USCIS)은 22일(현지시간) 외국인의 영주권 신청을 미국 밖에서 진행하도록 하는 새 방침을 발표했다.
그동안 학생비자, 관광비자, 임시 취업비자 등으로 미국에 들어온 뒤 미국 시민권자와의 결혼이나 취업 등을 이유로 체류 자격을 바꾸고 영주권을 신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이런 방식의 ‘신분 조정’이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허용될 전망이다.
잭 칼러 USCIS 대변인은 “학생이나 임시 근로자, 여행객 등 비이민 비자 소지자들은 단기간 특정한 목적으로 미국을 찾는 것이고 우리 시스템은 미국 방문이 끝나면 떠나는 것으로 설계됐다”면서 “그들의 미국 방문이 영주권 절차의 첫 걸음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부터 미국에 임시 체류하는 외국인이 영주권을 얻으려면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본국에 돌아가 신청해야 한다”면서 “본국에서 신청하도록 하면 체류가 거부된 이후에도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이들을 찾아내 내보낼 필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방침이 시행되면 미국 내 체류 중 영주권을 준비하던 신청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본국 영사관에서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일부 신청자는 미국 밖으로 나간 뒤 재입국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00만건 이상 영주권이 발급된다. NYT에 따르면 2024년 영주권을 받은 사람은 140만명으로, 이 가운데 82만명이 미국 내 신분 조정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했다. 새 규정이 적용되면 이들 상당수가 미국을 떠나 본국에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셈이다.
가족 단위 신청자에게도 영향이 클 수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배우자나 자녀를 근거로 영주권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본국에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할 수 있다. 영사관 인터뷰 일정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밀려 있는 국가도 있어 대기 적체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SJ은 영사관 예약이 이미 장기간 밀려 있는 곳이 적지 않다며 새 규정으로 수백만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의 여행 금지 조치 대상 국가나 이민 비자 발급이 중단된 국가 출신의 경우,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이 사실상 막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 다툼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를 ‘특별한 상황’으로 볼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미국 내 합법 체류자의 영주권 신청 경로를 행정부 지침으로 크게 제한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데이비드 비어 국장은 이번 지침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정책 가운데 가장 중대한 조치로 평가하며 “194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법무부에서 이민단속 사안을 담당했던 리언 프레스코는 WSJ에 “출생시민권 소송 결과가 선호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이민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의 적법성을 둘러싼 연방대법원 판단도 다음 달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신청 수수료를 10만달러, 우리 돈 약 1억5000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논란을 빚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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