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서울 중구 남대문 인근에 있는 건물 외벽에 줄지어 걸린 에어컨 실외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남대문 인근에 있는 건물 외벽에 줄지어 걸린 에어컨 실외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올해, 유독 긴 여름이 온다’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던 봄이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왔다. 매해 지날수록 강도가 더해지는 여름 폭염에, 시민들 또한 제각기 여름 대비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최근, 그렇지 않아도 괴로운 여름 폭염을 더 부추기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 정체는 엘니뇨. 쉽게 말해, 바다가 품고 있던 열기가 대기로 뿜어져 나와 기온 상승 및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현상이다.

서울 마포대교를 찾은 한 시민이 물을 마시고 있다. 이상섭  기자
서울 마포대교를 찾은 한 시민이 물을 마시고 있다. 이상섭 기자

심지어 이같은 현상이 최소 11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끈질긴 폭염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예측이 힘든 폭우 등 이상기후도 예상된다.

특히 봄과 가을 날씨가 사라지며, 거의 1년 내내 에어컨을 가동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예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 여의도 물빛광장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여의도 물빛광장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임세준 기자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6월에서 8월 사이에 전 지구적인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올해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기상 현상을 야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엘니뇨 현상은 쉽게 말해, 바다가 원래보다 더 많은 열을 대기로 뿜어내는 현상이다. 원래는 따뜻한 물이 일부 지역에 몰려 있지만, 엘니뇨 시기에는 따뜻한 물이 넓게 퍼진다. 자연적으로 2~7년 주기로 발생하는 엘니뇨는 지구 기온 상승을 강하게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피서객과 나들이객들이 초여름 정취를 즐기고 있다.[연합]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피서객과 나들이객들이 초여름 정취를 즐기고 있다.[연합]

비슷한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미국해양대기국(NOAA)은 올해 5~7월 사이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82%, 겨울까지 이어질 확률은 92%로 제시한 바 있다. 10월부터 12월까지 매우 강한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여름 또한 유독 더울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은 지난 5월 2026년 6~8월 기상 전망을 통해 올해 여름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여름철에 영향을 주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연합]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연합]

실제 6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60%, 비슷할 확률은 30%로 예측됐다. 7월 또한 평년보다 높을 확률 60%, 8월의 경우 50%로 전망됐다. 여름철 동안 열대 중·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점차 높아지며, 엘니뇨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아울러 세계기상기구는 이같은 엘니뇨 현상이 최소 11월까지 이어질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엘니뇨가 이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폭염이 나타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평년보다 더운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광주 북구 용봉동 북구청사 앞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멈춰서있다.[연합]
광주 북구 용봉동 북구청사 앞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멈춰서있다.[연합]

바다 온도가 올라가면, 공기가 데워지고 수증기가 더 많이 증발한다. 이런 열과 수증기는 대기 순환을 바꿔, 전 세계 기온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을로 넘어가며 식어야 할 공기와 바다가 식지 않으며, 여름 더위가 장기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여름 날씨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10월 가을철에도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상황. 지난해 10월에도 국내 일부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관측된 바 있다.

강원 속초 해수욕장 일원이 더위를 식히려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연합]
강원 속초 해수욕장 일원이 더위를 식히려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연합]

가장 큰 문제는 폭염과 함께 동반되는 ‘폭우’다. 따뜻한 바다에서 수증기가 더 많이 올라오며, 짧은 시간 동안 강한 비가 퍼붓는 ‘국지성 집중호우’ 현상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엘니뇨가 이어질 경우,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철에도 이상고온 및 예측이 어려운 한파 등 이상기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아울러 세계기상기구는 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이 겹치며, 2027년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 기온으로 기록된 해는 지난 엘니뇨 발생 연도인 2024년이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점이 30도가 넘는 폭염 속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점이 30도가 넘는 폭염 속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일각에서는 엘니뇨로 인한 극단적인 이상 기후 현상이 더 일상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이 미래의 일상적인 기후를 겪어볼 수 있는 시기가 될 거라는 얘기다.

한편, 기상청이 공개한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따르면 현재 수준과 유사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할 경우 21세기 후반 여름은 4월 25일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약 반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 중구 서울로7017 고가교에서 양산을 쓴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중구 서울로7017 고가교에서 양산을 쓴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아울러 2080년대에는 폭염일수가 103.8일, 2090년대에는 115.6일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 최고기온은 현재 35.9도에서 후반기 43.8도로 7.9도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더위가 3일 중 하루꼴로 나타나는 셈이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는 세계기상기구 발표에 대해 “엘니뇨 외에도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계절별 사전 예보와 조기 경보는 생명을 구하고 경제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