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국내 식품업계에서 ‘저당·제로’ 경쟁이 음료를 넘어 시리얼과 소스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건강을 관리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즐기려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식품업체들은 당과 칼로리를 낮추면서도 맛과 식감을 유지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당 경쟁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 중 하나는 아침 식사 대용으로 인기를 끄는 시리얼이다.
오리온은 식사 대용식 브랜드 ‘마켓오네이처’의 신제품 ‘오!그래놀라 저당 카카오’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식후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을 함유한 기능성표시식품으로, 1회 섭취량(30g) 기준 당 함량을 1g대로 낮췄다. 국산 쌀과 통밀, 귀리 등 통곡물에 카카오를 더해 단맛과 식감을 함께 살린 것이 특징이다.
오리온은 2018년 ‘오!그래놀라’ 브랜드를 선보인 이후 그래놀라 시장을 확대해 왔다. 현재 ‘오!그래놀라 오트 통넛츠’, ‘오!그래놀라 저당 통보리’ 등 다양한 저당 제품군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식품도 최근 국산 신동진 쌀을 활용한 ‘농협 저당 쌀 시리얼’을 출시했다.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쌀과 보리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1회 섭취량 기준 당 함량은 1g 수준이다. 농협식품은 네이버 브랜드관 할인 행사와 함께 전국 하나로마트로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농심켈로그 역시 지난해 주요 시리얼 제품을 리뉴얼하며 저당 전략을 강화했다. 대표 그래놀라 제품과 오곡 푸레이크 등을 중심으로 한 그릇(30g) 기준 당 함량을 5g 이하로 낮추고 통곡물과 식이섬유 함량을 높였다.
저당 바람은 시리얼을 넘어 소스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국내 저당·저칼로리 소스 시장에서는 동원홈푸드의 식단관리 브랜드 ‘비비드키친’이 55종의 제품을 운영하며 가장 많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마요네즈와 케첩은 물론 샐러드 드레싱, 바비큐 소스, 스리라차 등 다양한 제품군을 저당·저칼로리 제품으로 확대했다.
후발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지난해 자체 저당 브랜드 ‘로우태그’를 도입한 이후 장류와 소스를 중심으로 13종 이상의 제품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도 ‘슈가라이트’ 브랜드를 선보였고, 오뚜기 역시 ‘라이트앤조이’를 통해 파스타 소스와 가정간편식(HMR)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건강을 위해 식단을 관리하면서도 소스만큼은 일반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드레싱과 마요네즈처럼 소량만 사용해도 열량이 높은 제품들이 많아, 저당·저칼로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규모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저당·단백질·케어푸드 시장은 2022년 1조8240억원에서 지난해 3조742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 가운데 저당 식품 시장은 2022년 3010억원에서 지난해 4120억원으로 4년 새 36.9%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제 저당 제품 경쟁의 핵심이 단순히 당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맛과 품질을 얼마나 일반 제품 수준으로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은 알룰로스 등 대체 감미료와 자체 배합 기술을 활용해 초기 저당 제품에서 지적됐던 풍미 부족과 이질감을 개선하는 연구개발(R&D)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저당이나 제로슈거 음식을 찾았는데, 요즘엔 일반 소비자들도 일상적인 건강 관리를 위해 많이 먹는다”며 “아침 첫 끼로 시리얼을 먹을 때 혈당 관리를 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저당과 제로슈거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옵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제로’라는 문구보다 맛과 원재료, 영양성분까지 종합적으로 비교해 제품을 선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는 저당 소스가 다이어트 식품이 아니라 일반 소스의 대체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맛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장 확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저당 트렌드가 음료나 간식에 국한되지 않고 식사의 시작인 시리얼부터 조리 과정에 사용하는 소스까지 식생활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앞으로도 혈당 관리와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맛은 유지하고 당은 줄인’ 제품 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rainb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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