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부장’ 리노공업

노조, 영업익 15% 성과급 요구

연 800% 상여금도 주장

李대통령, 노동쟁의 범위 놓고 작심 비판

정부 ‘노란봉투법 시행령·상법 개정’ 카드 꺼내

<편집자주>

‘칩칩팹팹(Chip Chip Fab Fab)’​은 AI 시대를 움직이는 반도체 산업을 쉽고 깊이 있게 풀어내는 연재입니다. AI 혁명의 핵심인 ‘칩(Chip)’과 이를 만드는 ‘팹(Fab)’을 잇는 이름으로, ‘칙칙폭폭’ 달리는 기차처럼 반도체 산업의 쉼 없는 진보를 담은 표현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기술은 쉽게, 뉴스 이면의 이야기와 산업의 흐름은 깊이 있게 전하며, AI 시대를 이끄는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를 독자들과 함께 읽어갑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연 총파업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연 총파업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안녕하세요. 날씨가 많이 더워졌습니다. 이맘때쯤이면 항상 임금·단체협상이 본격화되면서 하투(夏鬪)도 거세지는데요. 올해는 ‘영업이익 N%’ 요구를 하는 노조가 늘어났습니다. 이런 유례없는 요구가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정부는 꽤나 당황한 눈치입니다. 대통령이 직접적인 보완 조치를 주문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법적으로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먼저 부산으로 가보겠습니다. 부산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인 리노공업 얘기입니다. 반도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할 때 쓰는 핵심부품인 ‘리노핀’ 등을 만드는 글로벌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입니다.

하지만 23일부터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3월 20일 노조가 처음 만들어지고 창사 이래 첫 파업인데요. 생산라인이 완전히 정지되면 하루 20억원 이상 피해가 나고, 파업이 장기화하면 후발 경쟁업체인 일본과 대만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노조는 크게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경영 실적에 따라 매년 차등 지급되는 성과급을 연 800% 상여금으로 고정지급하고 ▷회사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추가 지급하라는 요구입니다.

리노공업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 호황으로 주 62시간씩 일하며 연차도 제대로 쓰지 못했고, 연차를 쓰면 사유서를 제출하게 해 성과급을 깎는 이유로 삼았다”며 “연봉이 적은 대신 연말 성과급으로 보전해주던 임금체계를 안정적인 고정급 중심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성과급의 고정급화 같은 임금체계 개편 요구는 기존 노조법 하에서도 정당한 교섭 대상으로 다뤄져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눈에 띄는 건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입니다. 이런 성과급 요구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등 대기업 노조를 넘어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李대통령 “이런 식으로 하면 끝이 없어”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으로 성과급까지 쟁의 대상이 되면서 태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의 ‘억’소리 나는 성과급 지급 합의로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줄줄이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카카오 노조도 성과급 15%를 요구하며 파업을 했고,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현대차 노조는 부분 파업에 들어갔죠.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 대통령은 “노동쟁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것 같다. 영업이익의 몇 %를 나누라는 게 쟁의 대상이 되냐, 이건 주주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호남 반도체 팹 신설에 대해서도 “임단협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선언했는데요. 어떻게 보면 기업의 경영상 판단까지도 노조가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광주에 공장을 지으면 혹시 내가 그때 전보될 수도 있으니 노동쟁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회사의 모든 경영권 행사가 관련이 없는 게 있을 수 없다”며 “상속도, 경영권 매각도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끝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란봉투법 적용에 대한 기준을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개정된 노조법에 해당이 되는지 안 되는지 사회적으로 쟁점이 돼 노조와 사측이 사방에서 분쟁을 벌이고 있지 않나”라며 “법원에서 판단하기 전에 대통령령, 시행규칙, 지침, 고시 등으로 기준을 정리하라. 그래야 사회적 분쟁이 줄어든다. (기준이 없으니)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고도 했지요.

‘영업익 N%’ 성과급 견제 방안 나와도 논란 계속될 듯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란봉투법에 따른 노동 쟁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노동법 교수는 “연봉의 50%까지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면 쟁의대상이고 50% 이상은 안 된다고 할 수 있느냐. 노동부가 입법기관도 아닌데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별로 케이스도 완전히 다르다. 같은 영업이익의 10%라고 하더라도 대기업의 10%랑 중소기업의 10%가 완전히 다르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정부도 이런 한계를 예상하고 ‘영업이익 N%’ 성과급 지급을 견제할 수 있는 법적 방안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란봉투법의 남용을 시행령으로도 제지하고, 이사회 의결 등을 거치게 하는 법적인 장치를 만드는 투트랙으로 견제하겠다는 구상인거죠. 최근 정부는 상법·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하는 방향을 놓고 법조계·노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경제단체 등과 비공개 간담회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향이든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부터 정부가 나서서 노동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개정 노조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제약한다”고 했고, 한국노총은 “국회가 입법으로 확대한 노동기본권을 사실상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성과급의 경우) 당초 쟁의 대상이 아니라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교섭이 안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며 “중노위 공익위원도 교섭에서 이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자문했다. 이는 노사가 그동안 해온 교섭 관행과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호남 반도체 팹 신설에 대해서도 “앞서 나온 고용노동부 자료처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섭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안다”며 “2기 팹을 운영하려면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이 내려가야 하는 게 필수적이다. 근무 조건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사측과의 교섭에서 의제로 삼겠다는 의미”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벌써부터 혼란이 생긴 셈이죠.

상법·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해 법적 견제장치를 만드는 방안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사회 의결 의무화’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경우 경영진이 배임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강제하는 방안 역시 ‘경영 자율성’이라는 상법상 대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합의에 노동부가 적극 중재에 나서면서 실타래가 꼬이게 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성과급이 쟁의대상인지’에 대해선 본격적으로 제도적 숙의를 거치기도 전 고용노동부가 ‘성과급도 쟁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은 쟁의행위 대상이 아니라는 판례가 있는데도 노동부가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만약 성과급이 노동쟁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정리했다면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지급에 대한 법적 제동장치 논의까지 나아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조도, 경영계도, 정부도 노란봉투법으로 누구도 웃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