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9.61% 급락 마감

목표가, 미래 420만→280만원·BNK 185만→148만원 줄하향

[AFP=연합]
[AFP=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가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발표된 실적보다 향후 업황과 기업가치(밸류에이션) 변화를 우려하며 매도에 나섰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4만9000원(9.61%) 내린 140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24만6000원까지 밀리며 올해 장중 최고가인 298만7000원 대비 58.3% 급락했다. 주가는 약 3개월 전인 4월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SK하이닉스는 이날 2분기 매출 79조3000억원, 영업이익 60조30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서버용 저전력 D램(LPDDR)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시장은 과거 실적보다 앞으로의 업황을 바라봤다. 최근 AI 인프라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데다 메모리 업황 둔화 가능성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겹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향후 전망을 놓고 증권가의 시각도 엇갈렸다. AI 투자 둔화와 공급과잉 가능성을 반영해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기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현재 주가는 실적과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AI 인프라 투자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로 주가 조정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급과잉 신호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하반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2027년까지 분기 영업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 방식이 효율성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수요 둔화에도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은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공급과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상장한 중국 메모리 업체 CXMT도 경쟁 심화를 부추길 요인으로 꼽았다.

목표주가 조정 폭도 전망 차이를 보여준다. BNK투자증권은 수요 둔화와 공급과잉 우려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185만원에서 148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실적 전망은 유지하면서도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하락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42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낮췄다. 반면 DS투자증권은 공급과잉 신호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며 목표주가 310만원과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업황과 기업 실적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시장이 기업에 부여하는 가치(밸류에이션)가 낮아졌다”며 “중국 메모리 국산화 이슈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메모리 가격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어 공급 부족 국면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주가 하락은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과도한 수준”이라며 “장기공급계약(LTA) 체결 확대와 HBM4 출하 일정, 주주환원 정책 등이 향후 주가 회복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