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로고. [헤럴드경제DB]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로고.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송하준·김유진 기자]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AI 속도조절론’에 급락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격 이전 주가를 회복했다.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논쟁이 미국에서 반독점 소송으로 번진 가운데 실제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AI 투자와 반도체 수요가 꺾이지 않은 만큼 최근 주가 하락을 펀더멘털 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35% 오른 26만35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AI 속도조절론이 불거진 지난 14일 24만8500원까지 밀렸지만 이후 반등해 18일에는 26만원까지 올라섰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49% 오른 185만8000원에 장을 시작했다. 지난 14일 168만3000원까지 떨어졌지만 18일에는 184만9000원까지 회복했다.

지난주 국내 반도체주를 흔든 AI 속도조절론은 주말 사이 미국에서 반독점 논란에 부딪혔다. 앤트로픽과 오픈AI, 구글, SpaceXAI 등 AI 기업들은 AI 개발 속도를 함께 늦추려 했다는 이유로 미국 연방법원에 피소됐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AI 업계에 ‘산업 전반의 공조’를 촉구하며 최첨단 AI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문제 삼았다. 다른 AI 기업 경영진들이 이에 동의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점도 근거로 들었다. 원고 측은 시장을 주도하는 AI 기업들이 공동으로 개발 속도를 늦출 경우 미국 반독점법이 금지하는 경쟁사 간 합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 추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 추이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논쟁과 달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제한적인 메모리 생산능력을 감안할 때 내년 공급 여건이 더욱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고, AMD 역시 CPU·GPU 수요가 공급능력을 상회하고 있어 생산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며 “여기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내년 칩 판매량이 올해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밝히며 AI 반도체 투자심리를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에서도 반도체주 강세가 이어졌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78% 상승했다. 마이크론은 3.92%, AMD는 2.70%, 엔비디아는 1.34% 올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다시 5%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주요 반도체주는 상승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CAPEX 사이클, 기업 실적 모멘텀 등 증시 본질적인 동력인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았기에 그만큼 외부 충격에도 주가 회복력이 강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도 강도도 지난 18일 약해졌다. 외국인은 속도조절론이 불거진 14일 삼성전자를 8678억원, SK하이닉스를 2조822억원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에서는 15일 9985억원, 16일 4527억원, 17일 1조2302억원의 순매도가 이어졌지만 18일 1조3309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도 18일 4349억원 순매도해 14일과 비교하면 순매도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단순한 지수 상승보다 반도체 주도력 회복과 외국인 수급 개선”이라며 “유가와 시장금리가 추가로 안정되고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진다면 최근 조정은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변수는 있다. 최근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일정에 변화가 생기면서 AI 기업의 성장과 자금조달 속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들 기업의 투자 속도가 느려지면 AI 수요를 전제로 데이터센터와 GPU에 먼저 투자한 업체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매디슨 레자이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AI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설비투자를 줄이거나 모델 훈련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아니”라며 “다만 모델 훈련이 둔화될 때 데이터센터 수요가 어떻게 달라질지 투자자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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