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노란봉투법 시행 후 첫 사용자성 소송 제기

노동부 “경영권·근로조건 경계 구체화”…판례 축적 불가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 노동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과 차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 노동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과 차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여기에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 결정을 둘러싼 행정소송까지 제기되면서 앞으로 노조법 해석의 기준은 정부의 행정지침과 법원 판례를 통해 함께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정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성과급이나 공장 신설·이전, 기업 투자 등 경영상 판단이 노동쟁의 대상으로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 노조의 광주 반도체 공장(팹) 건설 교섭 요구 사례를 언급하며 “그런 것까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느냐”며 기준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대통령은 당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이른바 ‘N% 성과급’ 요구도 함께 거론하며 정부가 노동쟁의 대상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지시했으니 당연히 이행해야 한다”며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사례처럼 현장에서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법과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권 어디까지…노동부 “쟁의대상 경계 구체화”

개정 노조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기존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그 밖의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용자의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했다.

이 때문에 기업의 투자와 공장 신설·이전, 사업 재편, 성과급 산정 방식 등이 단체교섭과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놓고 노사 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 노조의 광주 팹 건설 교섭 요구와 일부 대기업 노조의 ‘N% 성과급’ 요구다.

노동계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이라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기업의 투자와 사업 재편 등 경영 판단까지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동부가 마련 중인 기준의 핵심은 경영상 결정과 근로조건의 경계를 보다 구체화하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와 공장 신설·이전, 사업 재편 등 경영 판단 자체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고유 권한으로 보고, 임금체계 개편이나 성과급 지급 기준처럼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공장 이전이나 신규 공장 건설 등 투자 결정 자체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후 근무지 변경 등 근로조건 변경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별도의 노동관계 쟁점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노란봉투법 논란 법원으로…“행정지침만으로 한계…결국 판례가 기준”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란은 행정부를 넘어 사법부로도 옮겨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사내 협력업체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정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이 중노위의 사용자성 인정 결정을 법원에서 다투는 첫 사례다.

사용자성 인정 범위는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성과급과 공장 신설·이전, 경영상 투자 등이 노동쟁의 대상인지 여부도 앞으로 법원의 판단을 거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HD현대중공업 사건에서 “원청은 원칙적으로 하청노조에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직접적인 계약관계를 중시하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반면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법률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부는 시행령과 행정지침, 해석자료 등을 통해 노사가 참고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하는 기준만으로 논란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법 개정은 국회 입법으로 이뤄진 만큼 시행령이나 행정지침만으로 법률상 권리 범위를 제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정지침은 행정기관의 판단 기준은 될 수 있지만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 결국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은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채필 전 장관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노무현·문재인 정부도 하지 않았던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인 결과”라며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정부가 뒤늦게 혼선을 수습하는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잘못된 졸속 입법은 결자해지가 답”이라며 “지금이라도 노조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fact0514@heraldcorp.com